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무더기 구금된 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 만에, 이르면 오는 10일 전원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할 전망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처에 미비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으며,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미국과 비자 제도 개선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현재 미국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은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하게 될 것”이라며 “현지에서 귀국 의사 확인 면담을 진행 중이고, 영사 접견을 희망한 인원에 대해서는 면담을 마쳤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귀국일자는 10일 전후가 유력하지만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다.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도 “10일경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일 미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규모 단속 과정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며 발생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라 국내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격앙된 반응과 함께 반미 여론이 확산했다.
대통령실은 사태 초기부터 미국 당국과 핫라인을 가동해 석방 교섭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대통령실 3실장이 별도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며, 미국 측 외교·안보 라인과도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실장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구금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행정 절차가 끝나는 대로 전세기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8일 보고를 받은 뒤 “대처에 미비한 부분이 없는지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과 불안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미 측과 협의해 구금됐던 근로자들이 향후 미국 출입 시 추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직 취업비자인 E-4 신설과 H-1B 비자 한국인 쿼터 확보 등 가능한 한 모든 협상을 추진하겠다”며 “대미 투자가 확대된 만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기업계가 이번 사태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비자 제도 개선에 당 차원에서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한국 기업들의 비자 문제와 향후 관세 후속 협상 차질 등이 우려됐지만,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사태가 더 확대되는 것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배터리 관련 숙련 인력이 부족하다면 한국에서 일부 인력을 불러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도 글을 올려 “한국 기업이 뛰어난 기술 인력을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도록 권장하며, 미국 정부는 이를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