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다 나은 기계팔…로봇수술에 집중하는 병원들

손보다 나은 기계팔…로봇수술에 집중하는 병원들

의료대란 이후 로봇수술 관심도 증가
무한한 발전 가능성에도 높은 비용이 걸림돌

기사승인 2025-09-10 06:00:29
로봇수술 기계 ‘다빈치’를 활용하고 있는 의료진. 인튜이티브 홈페이지 캡처

약 20년 전 우리나라에 도입된 로봇수술이 이제는 ‘세계 최초·최다’, ‘아시아 최고 수준’ 기록을 세우며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들은 의료 인력 변화 흐름과 디지털 기술 발전에 맞춰 로봇수술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로봇수술은 의사가 콘솔을 통해 원격으로 로봇팔을 조종해 환부를 절개하거나 치료하는 방식이다. 주로 산부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에서 활용되며 ‘다빈치’와 같은 특수 장비가 쓰인다. 

병원들은 로봇수술이 복강경보다 출혈과 합병증 위험이 적고 고난도 수술에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환자도 회복 기간이 짧고 통증이 적어 로봇수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강성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로봇수술은 환자의 통증 감소와 회복기간을 크게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다”며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세밀한 수술이 가능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병원 내 인력 구성 변화 또한 로봇수술 열풍의 원인 중 하나다. 복강경 수술은 숙련된 보조 인력이 필요하지만, 로봇수술은 적은 인력으로도 난이도 높은 수술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부족한 흉부외과나 산부인과에서는 의료 대란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로봇수술을 활용하고 있다. 

신정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로봇수술은 복강경이나 개복 수술에 비해 보조 인력의 숙련도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며 “복강경 수술은 숙련되고 오랜 경험이 축적된 보조 인력이 필요하지만, 로봇수술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수술은 훈련 시간이 짧다는 강점이 있어 전 세계적으로 로봇 선호 현상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의정 갈등의 여파로 전공의 등 수술 보조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로봇수술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상승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로봇수술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AI 기반 영상 분석으로 종양이나 병변을 자동으로 탐지하거나, 통신 기술과 결합해 로봇수술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도 최첨단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 교수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 로봇수술은 앞으로 다양한 외과 분야에서 표준 치료 방식이 될 수 있다”며 “통신 기술의 발달로 최근에는 대륙 간 원격 로봇수술 임상 케이스도 등장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도 환자들이 최첨단 수술을 받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 또한 “간단한 봉합이나 실 묶음 등의 동작은 로봇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단계가 오고 있다”며 “AI의 도입과 기술의 발전은 파일럿이 비행기에서 사용하는 보조기능 처럼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로봇수술이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비급여 진료이기 때문에 수술 비용이 높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로봇수술 급여화를 추진해 의료비용 경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전립선 암 로봇수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시대가 발전하고 로봇수술이 환자와 의료진에게 좋은 효과를 가져오고 있지만, 높은 비용이 가장 큰 문제”라며 “변화하는 의료 환경을 반영해서 로봇수술을 급여 목록에 포함하면 기술 발전과 국민 의료접근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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