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과의 전쟁…사기 이용 계좌 ‘15만 개 이상’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사기 이용 계좌 ‘15만 개 이상’

기사승인 2025-09-11 11:09:41
서울 용산구 4대은행 ATM기. 유희태 기자

최근 5년여간 국내 6대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된 계좌 수가 15만 개를 넘었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IBK기업은행에서 사기이용계좌로 신고돼 지급 정지된 계좌 수는 15만82개에 달한다. 이 수치는 금감원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신청 내역을 기준으로 집계됐다.

6대 은행의 지급 정지 계좌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연도별로 2020년 2만3381개, 2021년 2만7967개, 2022년 2만8185개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2023년 2만7652개로 잠시 주춤했다가 2024년 다시 3만2409개로 뛰었다. 올해는 1분기에만 계좌 1만488개가 정지됐다. 단순 계산 시 올해 연간 처음으로 4만개 이상의 계좌가 정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5년여 간 총 3만4436개로 가장 많은 계좌를 정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NH농협은행(2만7381개), 우리은행(2만4816개), 신한은행(2만2510개), 하나은행(2만1378개), IBK기업은행(1만9561개) 순이다.

지방은행 역시 시중은행보다는 적지만 매년 정지된 계좌 수가 증가했다.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대 지방은행(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에서 사기이용계좌로 신고돼 지급 정지된 계좌는 총 9621개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정지 계좌 수는 2020년 1210개, 2021년 1557개, 2022년 1919개, 2023년 1958개, 2024년 2203개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올해도 1분기에만 이미 774개 계좌가 정지돼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별로 부산은행이 4508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남은행 2713개, 전북은행 1108개, 광주은행 1075개, 제주은행 217개 등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 또는 전체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박성훈 의원은 “보이스피싱에 악용된 계좌 수만 보면 우리 금융보안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날로 지능화되는 범죄 대응을 위해 은행권·수사기관·금융당국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하고 사전 차단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덕영 기자
deok0924@kukinews.com
정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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