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덮을 뻔했다”…정치권 혼선 속 가슴 쓸어내린 특검

“수사 덮을 뻔했다”…정치권 혼선 속 가슴 쓸어내린 특검

기사승인 2025-09-12 06:00:11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3대 특검법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대 특검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합의가 하루 만에 백지화됐다. 정치권에서는 혼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특검 내부에서는 수사 기간 연장과 인력 증원이 원안대로 추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특검법 개정안을 수정해 수사 기간 연장은 불허하고 특검별 10명 미만의 소규모 인력만 증원하는 방안을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 합의는 11일 사실상 파기됐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수사 기간과 인력 조항은 원안대로 되살리고, 군검찰 지휘권 등 논란이 큰 일부 조항만 수정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더 센 특검법’으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실제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1일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해 다음달 15일까지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외환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고 국회 계엄해제안 의결 방해 사건도 진행 중인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검 내부에서는 안도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사건 범위가 넓고 새로운 혐의가 잇따라 드러나는 내란·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존 인원으로는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내부에서는 현행 시한 안에 마무리할 수 없는 사건이 생길 경우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방치되거나 덮이는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한 관계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드러난 혐의도 끝내 다 수사하지 못하고 덮어야 할 뻔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날 합의안이 발표됐을 때는 내부적으로 술렁였지만, 오늘 파기 소식에는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인력난은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법에 명시된 정원은 수십에서 수백 명에 이르지만, 실무를 담당해야 할 특별수사관의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충원은 쉽지 않다. 연차 있는 변호사가 수사관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정치적 중립성과 이해관계 배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특검들도 공식 정원은 100명 안팎이었으나 실제 충원은 그보다 적었다. 법에 적힌 정원과 현장의 체감 인원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혼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불만도 감지된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연장은 없다”는 합의가 발표됐다가 바로 다음 날 뒤집힌 상황을 두고, 수사 여건이 정치적 셈법에 좌우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원안대로 기간과 인력이 보강된다면, 최소한의 수사 여건은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더 크다.

한편 민주당은 11일 본회의에서 ‘더 센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합의 파기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법안이 처리되면서 각 특검은 늘어난 기간과 인력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다만 하루 만에 뒤집힌 합의 과정에서 드러났듯, 정치권의 불안정한 합의 구조가 반복될 경우 특검 수사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법조 현장에서 제기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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