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1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대표되는 고려아연의 신사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분쟁과 별개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경영 측면에서의 신뢰를 점차 제고해나가는 모습이다.
12일 제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달 글로벌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국내 기업과 손잡고 전략광물 안티모니(Antimony)를 재가공해 미국에 추가 수출하기로 했다. 지난 6월과 8월, 미국에 안티모니를 직접 수출한 이후 또 하나의 성과다.
안티모니는 탄약과 방산 전자장비, 방호 합금 등 여러 군수·방위산업 분야에서 필수 소재로 쓰인다. 고려아연은 전 세계 안티모니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국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전략광물 생산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고려아연은 2010년대부터 미래 먹거리에 대한 구상에 나서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자원순환 사업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친환경 미래 동력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과 2017년 각각 온산제련소에 전자스크랩 1, 2공장을 가동하면서 자원순환 사업의 첫발을 뗀 후 2017년 양극재 소재 황산니켈을 제조하는 계열사 켐코를 설립해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장했으며, 2020년에는 음극재 소재 전지박(동박) 제조 사업도 시작했다.
해외에선 호주 자회사 SMC 제련소에 2018년 현지 최대 규모인 125MW(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해 SMC 연간 사용 전력량의 25%에 해당하는 에너지 공급을 시작했으며, 2021년 호주에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전문 자회사 아크에너지(Ark Energy)를 설립하는 등 외연을 확장했다.
이처럼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점차 성과를 내는 사이, 최대주주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도 어느새 만 1년을 맞았다.

1년간 소송만 24건…엇갈린 경영 행보에 여론 기울어
지난해 9월13일 영풍이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시작된 양사 갈등은 올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극에 달했다. 당시 고려아연이 상호주를 이유로 영풍 측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면서 방어에 성공했으나, 이후 양측은 24건의 가처분 등 소송 공방을 이어가야 했다.
주요 소송 중 하나인 ‘고려아연 주총결의 취소소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민사부에서 맡아 변론기일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다음 변론기일인 10월30일 이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안소송과 더불어 최근 영풍은 고려아연이 SM 시세조종 의혹을 알고도 출자했으며, 소액주주 액트와 계약을 맺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공조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 2차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토대로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단순 재무 투자”라며 전면 반박하고 있다. 액트와 관련해서도 “해당 업체가 제공하고 있는 여러 서비스 중 주주총회 자문 관련 용역 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며 “영풍이 일방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반복하며 여론 호도를 위한 고발까지 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공격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도록 탐욕을 멈추지 않고, 왜곡과 짜깁기에 기반한 주장을 앞세워 또 다시 소모적인 소송전에 나섰다”면서 “고려아연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발목 잡는 데 급급하고, 각종 음해성 자료를 확산하는 등 기업가치 훼손에 골몰하면서 회사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사의 1년간 행보가 엇갈려 여론은 한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고려아연은 신사업 투자 속에서도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7조6582억원, 영업이익은 5300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상반기 대비로는 매출 40.9%, 영업이익 16.9%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200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해오고 있다.
반면 영풍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조1717억원, 영업손실 150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상반기 대비 매출은 22% 감소, 손실은 전년 대비 3.5배가량 확대됐다. 그 사이 석포제련소는 환경오염 문제로 58일간 조업을 중단했으며, 오염토양 정화명령 미이행으로 추가 제재를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