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킹 동일범 아니면 수사 난항 겪을 듯…업계 “초소형 기지국 관리 부실”

KT 해킹 동일범 아니면 수사 난항 겪을 듯…업계 “초소형 기지국 관리 부실”

기사승인 2025-09-12 16:59:15 업데이트 2025-09-12 17:53:27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11일 KT 광화문 West 사옥에서 소액결제 피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이며 대고객 사과를 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KT가 소액결제 침해에 이어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 유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통신업계는 동일범이 아닐 경우 수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2개의 미등록 기지국 접속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루트로 5561명의 IMSI 유출이 발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초소형 기지국의 실물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해당 장비를 취득해 개조 등의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KT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액결제 인증 절차에서 필요한 이름, 생년월일 등이 어디서 빠져나갔는지는 경찰, 민관합동조사단 등의 수사 결과에 따른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T 소액결제 피해 사건의 해킹범이 IMSI 외에도 성명,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두 사건의 해킹범이 동일 인물이 아닐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과거 사례를 보면 해킹 사건 수사는 유출 원인과 범인 색출 단계에서 난항을 겪어왔다.

앞서 LG유플러스는 2023년 1월 해킹으로 29만7117건의 고객정보가 불법 거래 사이트에 유출됐다. 유출 항목은 휴대전화번호, 성명, 주소, 생년월일, 이메일주소 등 26개의 항목이다. 과기정통부의 민관합동조사단, 경찰, 개인정보호위원회 등이 함께 조사를 진행해 유출 시점은 2018년 6월쯤으로 분석‧확인했다. 그러나 유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올해 SK텔레콤 해킹 사태도 장기간의 조사가 이뤄진 후 과징금 등 처분이 내려졌으나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해킹 목적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상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해킹 주체가 동일 인물이 아닐 경우 수사 기간이 길어지고 추가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KT의 초소형 기지국 관리 부실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만약 예전에 KT가 설치한 초소형 기지국을 철거하지 않고 현장에 방치했다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사안이기에 관리 이슈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과거 다른 루트를 통해 개인정보가 빠져 나갔다면 동일범이 아닐 수 있기에 사안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초소형 기지국 관리 체계에는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며 “모방 범죄도 주의해야 하며 동일범이 아닐 시에는 수사 난항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구재형 KT 네트워크기술본부장이 11일 KT 광화문 West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정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다만 양사와 달리 KT는 소액결제 침해로 실제 피해액이 발생했기에 자금 추적을 통해 해킹범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현재 KT의 소액결제결제 침해 피해 건수는 278건, 피해액은 1억7000만원 규모지만 향후 수십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개인정보가 다크웹 등에서 거래가 됐다면 이번 소액결제 방식처럼 꼬리가 잡히는 방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이번 KT 사건은 해커의 자금 흐름이 명확할 수밖에 없어 곧 범인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KT는 기지국 설치 시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하청을 줄 수도 있고, 기지국 제조업체 등 악용할 수 있는 인물들은 많기에 수사망을 넓힐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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