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보건·경제고위급회의가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 디지털헬스, 건강한 노화, 청년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질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15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APEC 회의를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21개 회원경제 장·차관급 인사와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사무처(WHO WPR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 관계자와 기업인 등 480여 명이 참석한다.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37%인 30억 명이 거주하고,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1%, 교역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 경제협력체다. 무역·투자 자유화뿐 아니라 보건, 환경, 디지털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보건과경제고위급회의는 장관급 인사가 참여하는 APEC의 대표 협의체로 인구구조 변화, 감염병 위기 등 공통 과제를 논의한다. 우리나라는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의장국으로서 이번 회의를 주재한다.
이번 회의는 ‘혁신(Innovate), 연결(Connect), 번영(Prosper): 건강하고 스마트한 고령화 대응사회 실현’을 주제로 열린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미래 대비 보건의료 체계, APEC 내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화 증진, 청년 정신건강 증진과 역량 강화 방안 등이 주요 의제다.
회의 첫날인 15일 디지털헬스 세션에선 의료 서비스 제공과 질병의 조기 발견·진단·치료 과정에서 AI의 잠재력을 논의한다. ‘미래 대비 보건의료 체계를 위한 인공지능 활용’을 주제로 현장 사례를 공유하고, 규제·윤리 지침·유인정책 등 책임 있는 도입 방안이 다뤄진다.
건강한 노화 세션에선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에 직면해 있음을 공감하고, ‘APEC 내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화 증진’을 주제로 노년층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검토한다.
청년 정신건강 세션에선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사회 환경과 디지털 정보의 범람 속에서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점을 다룬다. 예방부터 위기 대응까지 학교·가정·지역사회 기반 지원체계의 필요성이 강조되며,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 소개된다. 디지털 치료 효과를 입증한 최신 연구와 실제 애플리케이션 활용 사례도 발표된다.
공식 오찬은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가 주관한다. 올해 신설된 ABAC 바이오헬스케어 실무그룹 의장을 맡은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과 초청 연사들이 데이터·AI 기반 디지털헬스 발전 방향을 발표한다. 정부는 ABAC과 협력해 바이오헬스 산업계의 관심사가 APEC 의제로 반영되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다. 회의와 연계해 국내외 기업과 기관들은 21개의 별도 행사를 마련해 정책을 공유한다.
둘째 날인 16일에는 지난달 인천에서 열린 보건실무그룹회의에서 합의한 ‘자궁경부암 근절 로드맵’을 발표한다. 로드맵은 2030년까지 만 15세 이하 소녀의 90% HPV 백신 접종, 35세와 45세 여성의 70% 고성능 검사, 자궁경부암 진단 여성의 90% 치료를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대상 HPV 무료 예방접종 사업 사례를 공유한다. 회의는 16일 공동성명문 발표로 마무리되며, APEC-세계바이오서밋 합동 만찬을 통해 보건·경제 분야 국제 협력을 강화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보건과 경제의 연계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역내 보건 협력과 글로벌 연대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