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면세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다음 달 국경절·중추절 연휴까지 겹치며 유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업계는 관광객 유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1인당 지출액은 줄고,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실속 있는 성장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크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와 내수 진작을 위해 오는 29일부터 한시적으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 여기에 다음 달 1일부터 8일까지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중추절 연휴까지 겹치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면세업계도 ‘급한 불을 껐다’는 반응과 함께 유커 맞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9540억원)부터 7월(9200억원)까지 면세점 매출은 내리막을 걸었다. 7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6% 감소했다. 부진에 시달리던 업체들은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현지 사무소를 통해 여행사와 협력하며 마이스(MICE) 및 인센티브 단체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 LED 전광판 환영 행사 △골드 패스 등 환영 선물 △중국인 선호 브랜드 MD 확대 등을 통해 유커 잡기에 나섰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메인 고객층이었던 중국 단체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방문하면 입점객 수가 늘어나 매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소규모 고단가 MICE 단체와 개별관광객(FIT)을 집중 공략하며 ‘질적 성장’ 전략을 내세운다. 연말까지 인센티브 프로그램으로 5만명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명동점 미디어파사드 웰컴보드 노출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VIP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무비자 정책으로 관광산업 회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비즈니스 목적 테마단체의 객단가는 일반 단체보다 3~4배 높아 효율적 매출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도 지난 10~12일 중국 광저우와 칭다오를 잇달아 방문하고 주요 여행사 및 파트너사 30여 곳과 만나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광저우 CITS 여행사, 칭다오여유그룹과의 MOU 체결을 통해 현지 파트너십도 강화했다.
다만 업계의 고민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면세점 매출이 줄었을 때도 여름휴가 성수기에 따라 방문객은 오히려 늘었다. 이 기간 구매 인원은 258만339명으로 9.2% 증가했고 외국인 방문객도 99만명으로 전년 대비 25.1% 늘었다. 그러나 외국인 1인당 면세 구매액은 42만6000원에서 35만6000원으로 16.4% 감소했다. 외국인 매출은 64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전월 대비 22.1% 줄었다.
이는 고마진 제품의 부진과 함께 여행 쇼핑 트렌드 변화와도 맞물린다. 최근 관광객들은 면세점보다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 ‘체험형 쇼핑’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방한 외국인의 80%가 올리브영을 찾았고, 하나카드 분석에 따르면 다이소 방문 외국인은 지난해보다 46%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1인당 지출 경비가 줄어드는 것은 수익성 악화뿐 아니라, 인천공항과 장기간 임대료 갈등을 겪고 있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의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 임차료는 여객 수에 객당 임차료를 곱해 산정되며, 여객 수가 늘수록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현재 객당 임차료는 최대 9020원에 달하며, 올해 1~8월 평균 여객 수 306만 명 기준으로 월 임차료는 약 27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지난 2분기 신라면세점은 113억원, 신세계면세점은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줄곧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전체 매출의 39%에 해당하는 5051억원을 임차료로 지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점 관계자는 “관광객이 늘면 매출 확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젊은 층 마케팅에 집중하는 트렌드만 보더라도 소비력이 높은 중장년층 등의 큰손 수요는 줄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단체관광객이 돌아온다 해도 쇼핑 트렌드가 다양해지면서 면세점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며 “유커 유입으로 숨통은 트일 수 있겠지만, 객단가를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업계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