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24일 처음 공개됐다. 전직 영부인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에 넘겨진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이날 오후 2시10분 김 여사를 상대로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여사의 재판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법정은 100여개 좌석 가운데 대부분이 취재진과 방청객으로 채워졌다. 재판부는 언론사의 법정 촬영 신청을 받아들였고, 피고인석에 앉은 김 여사의 모습은 사진과 영상으로 처음 공개됐다. 다만 촬영은 공판이 열리기 전에만 허용돼 1분 가량 진행됐다.
김 여사는 검은 정장 차림에 뿔테 안경,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했다. 머리는 뒤로 묶었고, 왼쪽 가슴엔 수용번호 ‘4398번’이 적힌 배지가 달렸다. 경위의 안내를 받아 피고인석에 앉은 그는 별다른 발언 없이 재판에 임했다.
언론사 촬영 인원이 철수한 뒤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됐다. 김 여사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냐고 묻는 재판부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피고인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에서 생년월일을 묻자 “1972년 9월2일”이라고 말했고, 현재 직업을 묻는 질문에는 “무직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김 여사 측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김 여사 측 채명성 변호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관해 “이미 두 차례 검찰 조사를 거쳐 혐의없음 결정이 내려진 사안”이라며 “김 여사는 주가조작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천 개입 혐의와 관련해선 “여론조사와 관련해 명태균씨와 별도로 계약 관계를 체결하거나 지시한 적 없다”고 말했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전성배씨가 전달했다는 청탁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청탁을 들었던 사실도 없다. 샤넬 가방은 전달받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채 변호사는 “특검 공소장에 불필요한 기재가 많다”고 주장하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이날 재판은 약 40여분 만에 종료됐다. 재판부가 퇴정한 뒤에도 김 여사는 변호사들과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법정을 떠났다.
재판부는 오는 26일 오후 준비기일을 열고 증인 신문 일정 등을 정할 계획이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으며, 본격적인 증인신문은 다음 달 15일부터 시작된다. 재판부는 10월 중 15·22·24·29일 네 차례 재판을 진행하고, 11월부터는 매주 수·금요일 두 차례 재판을 열 예정이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201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또 2021년 6월∼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총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아울러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현안 관련 청탁을 받고 고가 목걸이 등 총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받는다. 검찰은 김 여사의 범죄수익을 총 10억3000만원으로 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