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율주행 모델 필요”… 국토부·車업계·운수업계, 상생 방안 모색

“K-자율주행 모델 필요”… 국토부·車업계·운수업계, 상생 방안 모색

규제 완화부터 운수업계 상생까지, 자율주행차 현안 한자리에

기사승인 2025-09-24 18:17:32
강희업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주재 소감을 밝혔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캡처. 

국토교통부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관련 업계와 학계, 운수업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강희업 국토부 제2차관은 24일 오후 서울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자율주행자동차 현장 토론회’를 주재하며 “한국이 미국·중국에 뒤처져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정부와 업계가 함께 제도적 걸림돌을 해소한다면 충분히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자유로운 실증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서비스 사업 제도화 방안 △외국계 자율주행차 국내 진입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 운수업계와의 상생 총 4가지 섹션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 ‘자유로운 실증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에서는 교통약자 보호구역 진입 제한, 원본 영상 데이터 활용 금지 등 ‘그림자 규제’가 자율주행 실증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은 “보행자의 얼굴 데이터 활용이 막혀 학습이 어렵다”며 “AI 개발자의 책임을 어디까지 강화할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장에서 실증을 진행 중인 SWM의 김기혁 대표는 “강남에서 1년 동안 5500여건의 자율주행 탑승을 운영했지만 사고는 한 차례도 없었다”며 “AI는 사람보다 안전하다. 사람이 가진 부주의와 태만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한지영 대표는 “만약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난다면 여론의 후폭풍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술 개발과 함께 사회적 수용성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무인 자율주행 시대에 원격 주행과 운송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논의가 이어졌다. 김영기 한국공학한림원 자율주행위원회 위원장은 “자율주행 관제와 안전을 책임지는 ‘DSP(Driving Service Provider)’ 제도가 필요하다”며 “이동통신사처럼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는 제3의 운영 주체가 있어야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은 “현행 법은 모든 책임을 운송사업자에게만 지우고 있어 부담이 크다”며 “사고 대응과 데이터 관리 등을 독립적 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제경 마스오토 부대표는 화물차 자율주행을 예로 들며 “미국에서는 보험만 갖추면 실증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노선별 승인 절차가 6개월~1년씩 걸린다”며 “제도적 허들을 낮춰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세션 '외국계 자율주행차 국내 진입' 발제 보고서. 김수지 기자 

세 번째 세션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을 둘러싸고 개방과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선규 포니링크 자율주행사업부문 부사장은 “총 10대의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 현재 9대가 강남에서 시범 운행 중”이라며 “외국계 기업의 국내 개입은 단순히 시장 잠식이 아니라 시민 수용성을 높이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수입 승용차 전면 자유화 당시에도 소비자 후생 확대와 국산차 품질 개선으로 이어진 경험이 있다”며 “자율주행차도 선의의 경쟁구도를 통해 국내 산업과 이용자 편익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영기 한국공학한림원 대주행위원회 위원장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개방적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진 서울시 미래첨단교통과장은 “서울시는 이미 조례를 개정해 웨이모·포니 등 해외 기업과 접촉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과 동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구글 지도 반출 사례처럼 데이터 유출 우려가 여전히 크다”며 “철저한 안전 검증과 개인정보 보호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수지 기자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은 “외국계 기업을 몇 년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통상 마찰과 기술 격차 확대라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무조건 개방이나 쇄국 모두 답이 될 수 없다. 점진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자율주행차가 기존 운수업계와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업계와 학계, 운수업계가 각각 현실적인 우려와 대안을 제시한 가운데, 국토부는 이를 정책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강희업 국토부 제2차관은 “오늘 논의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규제 개선, 개인정보 보호, 원격 서비스, 외국계 기업 진입, 운수업계 상생까지 답이 쉬운 사안은 아니지만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지속적으로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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