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국가 성장동력…K-푸드로 세계시장 넓힌다” [쿠키 인터뷰]

“농업은 국가 성장동력…K-푸드로 세계시장 넓힌다” [쿠키 인터뷰]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인터뷰

기사승인 2025-09-28 06:00:22
홍문표 aT 사장이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 중 발언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추석 차례상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은 단연 최대 관심사다. 기후변화와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서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지키는 이의 어깨는 무겁다. 지난 17일 양재 aT센터에서 만난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며 “농촌의 아들”을 넘어 “농업에 진심인 남자, 농진남”으로 불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목소리에는 농업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확고한 비전이 담겨 있었다.

기후위기 속 농업 혁신…온라인 도매시장 성과

“지난 1년은 참으로 바빴습니다.” 홍 사장은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둔 과제로 기후변화 대응과 유통구조의 디지털 대전환을 꼽았다. 지난해 9월 ‘기후변화 대응 수급 TF’를 발족한 뒤 이를 정규조직인 ‘기후변화대응부’로 격상해 7대 혁신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동시에 맞닥뜨린 과제”라며 “산불·홍수·가뭄 같은 재난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농산물 생산성이 떨어지고 신선도 유지가 어려워지는 만큼 이를 제도화된 시스템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최초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대표적인 성과다. 지난해 거래실적은 목표치 5000억원을 35% 초과한 6737억원, 올해 상반기만 52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15% 성장했다. 홍 사장은 “2025년 1조원, 2027년에는 가락시장 규모인 5조원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카카오와 협력해 연간 9조원 규모의 물량을 연결하고, 오프라인 유통단계를 줄이는 효과도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 농사도 이젠 ‘직거래’가 대세!

신품종 개발·K-푸드 수출 확대 ‘투트랙’

기후위기에 대응한 신품종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라듀 배추’다. 여름 하(夏)와 듀러빌리티(durability)를 합쳐 붙인 이름으로, 지난해 폭염으로 촉발된 ‘금배추 사태’에서 출발했다. 기존 60일이 걸리던 재배 기간을 45~50일로 단축했고, 현재 강원 평창·정선, 전북 남원 등 5개 지역에서 300톤 규모 시범재배가 진행 중이다.

홍 사장은 “농촌진흥청·지자체와 협력해 재배적지 발굴, 정부 수매, 가공 실증까지 이어지는 종합 대응체계를 마련했다”며 “내년에는 딸기·포도·파프리카 등 20여 개 품목의 신품종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5도~12도에서 자라던 작물이 이제는 25도~30도 고온에서 발아가 안 되는 사례가 많다”며 “기후변화에 맞는 품종 개발이야말로 농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홍 사장은 인터뷰 내내 ‘K-푸드 식품 영토 확장’이라는 비전을 거듭 강조했다. “2024년 농수축산식품 수출액은 129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수출국은 208개국으로 UN 회원국(193개)보다 많습니다.” 그는 “1억 달러 이상 수출국도 21개로 늘었고, 올해 7월 말 기준 누적 수출액이 78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며 “반도체에 이어 농산물 수출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 뒤에는 현장 밀착 전략이 있었다. 그는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동남아, 일본 등 주요 시장을 직접 찾아 맞춤형 전략을 세웠다”며 “특히 두바이에서는 민관협업센터를 세우고 한우를 런칭해 중동 수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UN보다 많은 나라로 농산물이 나가는데도 우리 스스로 그 성과를 잘 모른다”며 “국민들이 K-푸드의 가치를 자랑스럽게 여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 UN보다 큰 K-푸드 영토

지난 9월11일, 횡성의 한 도축장이 UAE 정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으며 중동 지역 최초의 한우 수출 길이 열렸다. “냉장·냉동 할랄 한우가 중동 시장에 나가게 된 겁니다.” 홍 사장은 그 의미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한우의 국제적 위상이 확대되고, 둘째, 농가의 경영 안정성이 높아지며, 셋째, K-푸드의 글로벌 영향력이 강화됩니다.”

aT는 오는 2027년까지 한우 수출 10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네 가지 전략을 세웠다. △민관 협력체계 강화 △주력·유망·신시장 확장 △프리미엄 브랜드화 △검역·물류 애로 해소다. 그는 “인도네시아 등 거대 할랄시장 진출을 위해 검역 협상을 검토 중이며 QR 홀로그램 인증제 도입과 글로벌 시상식 출품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의 와규가 세계 시장에서 알려진 건 마케팅과 숙성 기술 덕분이지만, 맛과 영양 면에서는 한우가 더 우수하다”며 “앞으로 국제 대회에 출품해 한우의 진가를 알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문표 aT 사장이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농민 잘 살아야 선진국 간다”

풍부한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정치권의 협치와 정부의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국방과 농업은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농민이 잘 살아야 복지국가로 갑니다.”

홍 사장은 “이제는 통계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역별 생산량 데이터를 활용해 수급 불안을 줄이고 가격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쌀에만 집중된 농업 구조를 벗어나 밀·콩·옥수수·보리까지 오곡을 식량 작물로 키워야 한다”며 “식량은 생명 산업을 넘어 무기가 된 시대”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덴마크·스위스·호주 같은 나라는 강대국은 아니지만 농민이 잘 살아 복지국가로 자리잡았다”며 “한국도 농어민이 잘 살아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스로를 “농촌에 진심인 남자, 농진남”이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농어촌과 농어민이 잘 살아야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갈 수 있습니다. 유통 디지털 전환, 기후 대응 신품종, K-푸드 수출 확대를 통해 한국 농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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