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막은 카메라 필름처럼 빛을 감지해 시각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고령화와 전자기기 사용, 유전적 요인으로 망막질환이 증가하는 추세다. 망막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워 조기진단과 모니터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안과에서는 다양한 망막질환을 알맞게 진단하기 위해 광간섭단층촬영(OCT), 형광안저혈관조영술 등 여러 영상진단장비를 활용한다.
그러나 이들 진단장비의 측정값이 병원별, 제조사별로 달라도 이를 평가하고 보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진단 결과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사람 망막 모사한 안구 팬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나노바이오측정그룹과 의료융합측정그룹 연구팀이 사람의 망막 구조층과 미세혈관을 그대로 구현한 '망막 모사 안구 팬텀(Phantom)'을 개발했다.
팬텀은 의료영상에서 실험을 위해 사용하는 인공 모델로, 인체 특정 부위를 모방해 영상기기나 진단 기법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이번 개발로 안과에서 쓰이는 영상진단장비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교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 망막질환 검사 정확도와 신뢰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팬텀은 눈금이 표시된 자처럼 진단장비의 성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를 망막진단장비에 삽입 후 측정하면 이미지 해상도, 시야 범위를 포함한 장비의 주요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교정할 수 있다.
기존 망막 팬텀은 망막층과 혈관 일부만 단순 모사하는 데 그쳤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팬텀은 망막의 13개 구조층, 곡률, 미세혈관 네트워크 형태와 혈류, 망막 자가형광까지 정밀하게 재현했다.
실제 망막과 비교할 때 구조적 특성이 90% 이상 일치한다.

이 팬텀은 다기능성으로 제작돼 단층촬영부터 혈관조영술 장비까지 모든 진단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다.
이번 성과는 의료기기 표준화의 기준을 제시해 망막질환 진단과 치료 모니터링 정확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의료기관이 진단장비의 유효성을 평가하고 교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환자가 어떤 병원에서 망막 검사를 받든 일관되고 믿을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팬텀은 산업계와 교육 현장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망막진단장비 제조사들은 팬텀을 활용해 시제품 단계에서 장비 성능을 미리 점검해 개선하고, 생산공정에서는 망막진단장비의 생산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
또 실제 환자의 망막과 흡사한 팬텀으로 장비사용법 및 진단교육을 운영하면 의료진의 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원 KRISS 나노바이오측정그룹장은 “최근 망막질환 진단 수요가 증가하며 AI를 활용한 진단법이 널리 쓰이고 있다”며 “이번 팬텀을 이용해 진단 장비를 교정하면 고품질 학습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AI 기반 진단 장비의 성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 7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엔지니어링(Communications Engineering)’에 게재됐다.
(논문명: Design and application of a realistic and multifunctional retinal phantom for standardizing ophthalmic imaging systems / https://doi.org/10.1038/s44172-025-0047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