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해 내내 손익분기점을 웃돌면서 5년 만에 보험료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자동차보험이 의무보험이라는 특성과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 소비자 반발 등이 얽히면서 실제 인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85%에 달하는 대형보험사 4곳(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지난 8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월 대비 2.6%포인트(p) 상승한 86.7%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누적 손해율도 84.4%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포인트 높았다. 상반기 합산비율(손해율과 사업비율)은 99.7%로 사실상 손익분기점인 100%에 근접했다.
업계는 행락철 교통량 증가에 이어 겨울철 한파와 빙판길 사고까지 겹치면 손해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폭설로 차량 고장과 도로 결빙 사고가 급증하면서 손해율이 크게 악화된 바 있다. 업계는 연말 누적 손해율이 대형 4개사 기준 87%, 합산비율이 103~104%에 달할 경우 올해 자동차보험 적자가 6000억~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19년 1조6445억원 손실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동차보험 요율은 통상 2~3년 주기로 조정되지만 최근 4년 연속 인하가 이어지며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상반기 기준 메리츠화재는 전년 동기 137억원 흑자에서 7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화재는 1493억원에서 307억원으로 줄었고, DB손보는 1620억원에서 78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현대해상은 825억원에서 166억원, KB손보는 352억원에서 86억원으로 각각 급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보험사 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교육세 인상 등 각종 재정 부담 요인이 겹치면서 정부도 (이제) 보험료를 내리라고는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전 국민이 가입하는 의무보험인 만큼, 보험사가 현실적으로 인상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은 상반기(특히 2~4월)에 손해율 실적이 비교적 괜찮아서 연말까지 버텨가는 구조인데, 올해는 2월 폭설 등 자연재해도 많고 사고도 늘어서 상반기부터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정부도 알고 있다”면서도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의 공익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업계는 제도 개선을 통한 손해율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입법예고한 ‘향후치료 제도 개선’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향후치료비를 상해등급 1~11급 중상환자에게만 지급하고, 경상환자는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향후치료비는 보험사가 치료 종료 후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산정해 미리 지급하는 일종의 합의금이다. 지금까지는 관행적으로 지급되면서 일부 병·의원이 이를 과잉 진료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경상환자 치료비는 최근 6년간 연평균 9% 늘어나 중상환자(3.5%)보다 2.5배 이상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지급액만 1조3000억원에 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나이롱 환자 등에서 새는 보험금만 줄여도 보험료 인상 압박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