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빅딜’로 나스닥 꿈꾸나…韓 증시에 ‘찬물’ 우려

두나무, ‘빅딜’로 나스닥 꿈꾸나…韓 증시에 ‘찬물’ 우려

기사승인 2025-10-02 06:00:13 업데이트 2025-10-02 08:06:28
두나무 로고. 두나무 제공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가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로 편입하는 초유의 ‘빅딜’ 소식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 가치가 월등히 높은 두나무가 편입을 선택한 배경을 두고 나스닥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국내 증시 활성화 정책 추진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할 전망이다. 교환 방식으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발행한 신주를 기존 두나무 주주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양사는 연내 각각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 교환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장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25일 공시를 통해 포괄적 주식교환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확정된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웃음짓는 네이버…“두나무 ‘빅딜’로 스테이블코인 박차”

네이버 입장에서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 편입으로 손자회사가 되는 것은 상당한 호재로 분석된다. 최근 네이버는 디레이팅(가치하락) 현상에 휩싸였다. 인공지능(AI) 검색 확산에 따른 검색 매출 둔화와 쿠팡과 점유율 격차로 커머스 시장의 독점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외에도 네이버는 신성장 동력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받아왔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이번 파트너십은 높은 강도의 시너지를 창출해 중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비상장주식거래, 실물자산(RWA) 등 신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신규 성장 동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이슈는 정말 오랜만에 네이버의 미래 방향성을 강력하게 제시할 뿐 아니라 멀티플을 상향 시킬 수 있는 빅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 리레이팅은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에 압도적인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네이버페이 결제망뿐 아니라 두나무 블록체인 인프라인 ‘기와’와 연동하는 사업 모델이 거론되고 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네이버페이에 연동해 실물결제 활용처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확보한 예치금을 통해 운용 수익과 담보 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결제 수수료를 절감 및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도입해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도 “네이버는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효과와 더불어 두나무에서 발생하는 연간 1조7000억원의 매출과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에 대한 연결 편입 효과도 기대된다”면서 “국내 1위 간편결제와 1위 가상자산거래소 간 협업으로도 시너지를 만들 수 있어 네이버파이낸셜 기업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병 가능성에 ‘업계 충격’…나스닥 상장 위한 포석설↑

빅딜에 따른 시너지 기대에도 가상자산업권을 비롯해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이슈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두나무의 기업가치와 실적이 네이버파이낸셜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단순 협력이 아닌 ‘네이버파이낸셜 자회사’ 편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실거래 기준으로 약 11조~16조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가치는 3조~5조원으로 보고 있다. 이를 비교하면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네이버파이낸셜 대비 최대 5배 가량 상회한다. 

영업이익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두나무의 영업이익은 1조1863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9837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네이버파이낸셜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34억원, 1623억원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는 재무적 투자도 필요 없는 회사이기에 굉장히 독립성을 가져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협력이라는 합병 당위성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면서 “두나무가 해당 사업을 위해 규모가 3배 작은 네이버파이낸셜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라고 귀띔했다. 

유력하게 제기되는 배경으로 두나무가 합병법인을 통해 나스닥 상장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나무가 나스닥 상장을 꾀한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두나무 핵심인 업비트는 현물 거래대금이 글로벌 최상위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유사한 수준임에도 규제 리스크와 사업 다각화 어려움에 밸류에이션 저평가라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는 기업가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이같은 문제점은 양사 합병법인의 나스닥 상장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나무 단독 상장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또 글로벌 인지도를 보유한 네이버 타이틀을 통해 해외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수도 있다. 단순 가상자산거래소에 그치지 않고 결제서비스 영역을 아우른 금융 인프라 장점을 부각시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기존 두나무 주주들에게도 글로벌 상장이 매력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후 글로벌 상장이 두나무 단독 상장보다 최소 1.5배~2배 이상 더 높은 가치를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 후 상장하게 되면 40조~50조 이상의 기업가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합병법인 상장이 기존 투자자에게 더 유리하다”라고 진단했다.  

두나무·네파 합병법인 나스닥행…“韓 증시 활성화에 부정적”

다만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간 합병법인의 나스닥 상장이 추진될 경우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의 선택에 따라 상장할 시장이 결정되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신정부가 그동안 만연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프리미엄으로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시장 친화적 정책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증시 부양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성장력이 기대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 대신 나스닥을 선택하는 것은 국내 시장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는 부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나스닥 버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과거 기준으로 보면 나스닥이 코스피보다 더 매력적이었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아닐 가능성도 존재한다”라며 “예를 들어 코스피가 5000p까지 쭉 질주하고 나스닥 등이 버블 이슈에 부침을 겪으면, 오히려 뒤늦게 나스닥에 들어간 기업의 경우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보다 해외 시장을 선택한 기업은 다수 존재한다. 일례로 네이버는 지난해 6월 네이버웹툰 지주사 웹툰엔터테인먼트를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켰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유망 기업이 해외 시장보다 국내 증시 상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밸류에이션이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실장은 “IPO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장기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해 주길 바란다.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수요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대표적으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유도와 코스닥 벤처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 국민연금이나 기타 공적 기금의 참여를 활성화하도록 하는 게 꼽힌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