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영락공원 승화원, 두 달 넘게 방치된 위험

광주 영락공원 승화원, 두 달 넘게 방치된 위험

7월 폭우로 훼손된 천장, 두 달 넘게 보수 미비
곰팡이 번지고 전구마저 전선에 매달려 ‘덜렁’
하루 465명 유족 이용 공간…안전불감증 도마 위
추석 전 보수 계획 내놨지만, 신뢰 회복은 미지수

기사승인 2025-10-02 10:54:57
광주광역시 도시공사 영락공원 승화원, 하루 수백 명의 유족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는 공간임에도 유족 대기실에서 곰팡이가 번지고 갈라진 천장 타일이 두 달 넘게 방치돼  '안전불감증'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6일 광주광역시 영락공원 승화원. 내부 천장 곳곳의 텍스타일에 검게 곰팡이가 슬어있다. /김재환 기자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영락공원 승화원 유족 대기실은 천장 곳곳이 거뭇하게 곰팡이로 얼룩져 있고, 일부 타일은 이미 뜯겨 나가 흉물스러운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뚫린 천장 주변의 텍스타일도 습기를 머금어 눅눅하게 바스러져 곧 떨어질 듯 위태로웠고, 천장에서 떨어진 전구는 약 2mm 두께의 얇은 전선 하나에 매달려 덜렁거렸다. 조금의 충격에도 유족들의 머리 위로 낙하할 수 있는 위험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26일 광주광역시 영락공원 승화원. 천장 텍스타일 훼손으로 인해 떨어진 전구 아래에서 유족들이 앉아 대기하고 있다. /김재환 기자
천장 높이는 약 2.5m. 추락 시 피할 틈도 없이 머리를 직격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심각하게 훼손된 부분은 유족 대기 의자 바로 위에 걸쳐 있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승화원은 화장로 11기와 빈소 11개를 운영하며 월평균 940건, 하루 약 31건의 화장이 진행된다. 화장 1건당 평균 15명 이상이 유족 대기실을 이용하므로 하루 약 465명이 이 공간을 거치는 셈이다.
지난달 26일 광주광역시 영락공원 승화원. 유족이 훼손된 천장 텍스타일을 피해 대기하고 있다. /김재환 기자
현장에서 만난 유족 A씨(52·광주)는 "장례 치르기도 힘든데 천장이 떨어질까 불안해서 눈길이 계속 위로 갔다"며 "하루 수백 명이 드나드는 곳인데 가림막이라도 하나 설치했으면 이렇게 불안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유족 B씨(61·전남)는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공간에서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하니 마음이 더 무거웠다"며 "시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이 정도라니 믿기지 않는다. 관리자가 이곳에 유족으로 앉아 있었다면 이렇게 둘 수 있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승화원 측은 '특수 상황에 따른 부득이한 보수 지연'이라고 해명했다.

승화원 관계자는 "7월 17일 폭우로 옥상에서 누수가 발생했고 즉시 인지해 일부 타일을 제거했지만 특수 자재라 전문 인력이 필요했다. 8월 6일 방수공사를 마쳤으나 이후에도 비가 이어져 복구가 늦어졌다"며 "추석 전후로 보수를 마치고 빠른 시일내에 리모델링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광주광역시 영락공원 승화원. 내부 천장 곳곳의 텍스타일에 검게 곰팡이가 슬어 뚫려있다. /김재환 기자
그러나 현장 상황은 관계자 해명과 달리 두 달 넘게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임시 안전망이나 가림막조차 설치되지 않은 점은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관리 의지 부재로 비쳐질 수 있다.

승화원에 따르면, 2000년 1월 개소한 승화원은 올해로 25년째를 맞은 노후 건물이다. 운영 예산은 19억5000만 원에 달하지만 이 중 유지보수비는 9550만 원에 불과하다. 시설 노후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안전 관리가 뒷전으로 밀리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설 노후화가 진행되는 만큼, 시민 안전을 고려한 신속한 보수와 관리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김재환 기자
jh0323@kukinews.com
김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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