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재에 국가망 마비인데…지식재산처, 내년까지 클라우드 전환 예산 없다

[단독] 화재에 국가망 마비인데…지식재산처, 내년까지 클라우드 전환 예산 없다

-2023년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 예산 80% 삭감
-특허청, 클라우드 전환율 3년간 제자리
-허성무 의원 “지원금 중단으로 행정‧공공 클라우드 전환 멈춰”

기사승인 2025-10-02 06:00:13
감식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불이 붙었던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정화 작업을 마치고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공공 데이터의 이중화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일으킨 2022년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정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상당 부분이 삭감되면서 재해복구 체계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특히 기업의 핵심 기밀이 집적되는 지식재산처(구 특허청)조차 클라우드 전환율이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쿠키뉴스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특허청의 클라우드 전환율은 2022년 6.3%에서 2023년 51.6%로 급등했지만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2024년과 2025년 모두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특허청은 2022년까지 정부가 전환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전환율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당시 2023년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 예산을 기존 1753억원에서 80.5%(342억원) 대폭 삭감하면서 전환 작업도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 2021년 행정안전부는 디지털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행정‧공공기관이 운영 중인 모든 정보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2021년과 2022년에는 정부에서 전환 비용을 일체 지불했다. 그러나 정부 재정 투자 방향 변화 등을 이유로 행정안전부는 기존 계획에서 공공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로드맵으로 변경했다.

특히 예산 부족으로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 전환 사업이 행안부 주도에서 부처별 추진으로 전환됐고, 특허청도 자체 재원 부족으로 추가 전환을 이어가지 못했다. 클라우드 전환 완료 시점도 기존 2025년에서 2030년으로 5년 연기됐다. 당초 올해 100% 완료될 계획이었으나 30%로 목표를 수정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에도 클라우드 전환 예산이 없으며 현재 컨설팅 정도만 지원을 받는 상황”이라며 “컨설팅 결과가 나오더라도 구체적인 예산은 확보하지 못해 검토만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관련 예산이 2024년 739억원, 2025년 725억이 배정돼 있지만, 업계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추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행안부가 발표한 ‘2025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 수요예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전환율은 45%로 세계 평균인 85%를 크게 밑돈다.

특허청은 기업들의 핵심 기밀을 다루는 기관이다. 전날에는 기존보다 역할을 확대한 지식재산처로 새롭게 출범했다.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국가 차원의 지식재산 컨트롤타워로 격상됐다. 하지만 정작 클라우드 전환은 멈춰 서 있어 정보 보호에 공백이 우려된다.

지식재산처 출범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정부대전청사 브리핑룸 배경을 교체하는 모습. 이재형 기자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는 취약한 데이터 관리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대전센터 재해복구시스템 세부 현황’에 따르면, 전체 647개 시스템 가운데 서버를 하나 더 두는 ‘서버 이중화’가 적용된 것은 28개(4.3%)였다. 데이터 저장 장치를 이중으로 구성해 장애에 대비하는 ‘스토리지 이중화’는 19개(2.9%)에 불과했다. 

화재가 발생해도 즉시 복구할 수 있는 서버·스토리지 이중화 기반 재해복구(DR)시스템은 전체의 7.2%(47개)에 그쳤다. 

정계와 업계 일각에서는 클라우드 예산 삭감이 DR 체계 부실과 맞물리면서 국정자원 화재 피해를 더 크게 만든 원인이라고 비판한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DR시스템, 즉 백업이 없는 것인데, 예산 부족으로 공공기관들이 이를 구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가 멈춰버리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관련 예산 삭감으로 클라우드 전환의 동력이 상실되면서 이번 화재 피해 범위가 넓어지고 복구도 지연되는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특허청 시스템은 대전이 아닌 광주센터에 있었음에도, 다른 기관의 시스템 장애로 전자출원 서비스 등 일부 업무에서 차질을 빚었다.

허성무 의원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율이 높을수록 화재 등 재난으로 인한 서비스 중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클라우드 전환 지원금 중단 이후 사실상 클라우 서비스 전환이 멈췄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예산 심사에서 관련 사항을 꼼꼼히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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