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아닌 산으로 가는 KDDX…한화·HD현대重 ‘원팀’에 균열?

바다 아닌 산으로 가는 KDDX…한화·HD현대重 ‘원팀’에 균열?

기사승인 2025-10-01 17:06:41 업데이트 2025-10-01 19:07:56
한화오션이 '2024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KMIST) 종합학술대회'에서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한화오션 제공. 

HD현대중공업의 보안 감점 기간이 내년 말까지 연장되면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 기술 유출 건에 대해 기존보다 강경한 대응 기조를 나타내면서, 업체 간 갈등 재점화와 KDDX 사업자 결정 지연 현실화에 무게가 실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의 이번 결정은 KDDX 사업 과정에서 이례적인 변수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격화될 업계 내 파열음이 국가 함정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전날 HD현대중공업의 보안 감점을 내년 12월까지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본래 오는 11월 1.8점의 감점이 적용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변경된 바에 따라 내년 12월까지 1.2점의 감점이 더 적용된다. 감점 적용 기간을 사실상 13개월 간 연장해 보안 사고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 간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 산업 업계에서 보안점수는 입찰 자격과 수주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위사업청 소관인 업체 평가 및 선정 기준이 KDDX 사업에서 장기간 표류해온 것이 문제”라며 “미세한 점수 차에도 희비가 갈리는 국내 업체에 아무 설명 없이 내린 이번 결정은 원팀 코리아를 막고 업체 간 갈등에 불을 지핀 격”이라고 지적했다. 

방위 사업권 수주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온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자 단일 주자로 지난해 11월 14조 규모의 호주 신형 호위함 추가 도입 사업에 나섰으나 일본·독일 기업에 밀려 모두 탈락한 바 있다.

이에 두 기업은 지난 2월 방사청 주도로 향후 함정 수출사업 ‘원팀’을 구성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원팀으로서 최대 6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수주 사업에 최종 결선인 ‘숏리스트’(적격후보)에도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협력 구도 유지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입장문을 통해 “방사청은 새로운 정황이나 법적 근거 혹은 상식적 설명을 결여한 채 갑자기 보안감점 기간을 1년 연장을 공표했다”라며 “방위 산업에 헌신해온 기업에 대한 신뢰 훼손 행위”라고 유감을 밝혔다. 이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가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한화오션에 유리한 경쟁 입찰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는 방사청이 명확한 근거와 투명한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2년간 사업자 방식을 미결정해온 방사정이 이 같은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세운다면,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 소송을 시작으로 연이은 법적 공방이 심화될 공산이 클 수 밖에 없다”며 “국가 사업의 진척을 원한다면 방사청이 업체 간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기술 유출 건으로 작년에 두 업체 간 갈등이 불붙으며 맞고소가 이어졌던 때가 상기된다”며 “명확한 법규와 기준을 통해 군함 사업 진척이 이뤄지길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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