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서 전국 고속도로와 철도역은 귀성객으로 붐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추석에는 연휴 기간이 늘어나 약 320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민족 대이동’에 나서는 셈이다.
이 같은 활기는 나흘을 넘기지 못한다. 연휴가 끝나면 지방 도시와 농촌은 다시 적막에 잠긴다. 추석에만 살아나는 고향. 나머지 360일은 텅 빈 마을로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된다. 귀성객을 어떻게 ‘정주 및 생활 인구’로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추석 지나면 다시 고요해요”
추석을 앞두고 경북 안동의 한 재래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평소에는 하루 방문객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명절이 되면 귀성객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리면서 장터가 북적인다. 짧은 기간 동안의 소비 증가로 상인들의 매출은 크게 오른다. 이런 활기도 연휴가 끝나면 다시 예전의 고요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귀성객들도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가 어렵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중장년층은 가족·친지들과 어린 시절 친구들이 있는 고향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와 교육·생활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정착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다. 명절이 끝나면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
지방소멸 갈수록 심각...정부 대책 성과는 글쎄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전국에 지정된 인구감소지역은 올해 8월 기준 총 89곳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방소멸위험지수가 0.5 이하인 고위험 단계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을 말한다.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전국 121곳)으로 분류된다. 특히 전남, 경북, 강원 등의 소도시와 농촌 지역은 인구 고령화와 청년층 유출이 맞물리면서 매년 인구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2022년부터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시행하며 매년 1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청년 유턴 프로젝트, 빈집 리모델링 임대주택, 지역활력타운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북, 경북 등 인구감소지역의 순이동률은 여전히 마이너스(순유출 상태)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귀성객은 잠재적 귀향 인구”...빈집·주거 재생, 일본 사례 참고해야
정문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추석 귀성객은 단순한 방문자가 아니라 농촌과 정서적·혈연적 연고를 맺고 있는 잠재적 귀향 인구”라며 “정부 정책도 이들을 정주 인구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귀성객은 생활 인구, 관계 인구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도시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고향과 꾸준히 연결돼 있는 만큼, 정서적 끈이 끊어지기 전에 정주를 유도해야 지방소멸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특히 빈집 재생과 주거 대책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지방의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해 은퇴 세대나 귀향 희망자에게 임대·분양하는 방식은 일본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며 “우리도 주거·커뮤니티 거점을 만들고 은퇴자와 청년 세대를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미 ‘생애활약마을’ 사업을 통해 은퇴자를 지방으로 유도하고 있다. 기존 마을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운 주거 단지를 조성해, 50~60대 은퇴 세대가 지역에서 장기 체류하며 커뮤니티 활동·돌봄·사회적 경제 활동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빈집 활용, 지역 돌봄 서비스, 커뮤니티 센터 설립이 함께 이뤄지면서 지역 사회 활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도 일본처럼 은퇴 세대의 전문성과 활동성을 지역사회에 접목하면, 단순히 귀성만 하는 인구를 장기체류·정주 인구로 전환할 수 있다”며 “귀성객이 고향에 새로운 삶의 거점을 마련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