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가 폐목재 미생물로 플라스틱, 섬유, 의약품의 핵심 원료인 벤젠·톨루엔·에틸벤젠·파라자일렌(BTEX)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석유화학 정제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BTEX 공급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전망이다.
BTEX는 페트병, 스티로폼, 나일론 등 플라스틱·합성섬유와 화학제품의 필수 구성 요소로, 지금까지 석유화학 정제를 통해서만 생산할 수 있어 막대한 탄소 배출과 환경 부담이 뒤따랐다.
이에 식물 기반 또는 바이오 기반 생산 시도가 있었지만 화학 구조가 단순하지 않아 성과가 미미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와 화학과 한순규 교수 공동연구팀은 미생물 발효 공정과 화학 반응을 결합해 포도당, 글리세롤 등 재생 가능한 바이오 원료에서 BTEX를 생산하는 새로운 화학생물학적 공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미생물 세포공장과 화학 반응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미생물이 포도당·글리세롤에서 벤질알코올, 페놀 등 산소화된 중간체를 생산하도록 대사 경로를 설계했다.
이어 화학적 탈산소화 반응으로 최종적으로 벤젠·톨루엔 등 BTEX를 얻는 방식을 고안했다.
특히 이상엽 특훈교수가 개발한 시스템 대사공학을 적용해 미생물 대사를 최적화하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기존 석유화학 정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바이오매스 기반의 BTEX 생산 경로를 마련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특수 용매인 ‘아이소프로필 마이리스테이트(IPM)’다.
IPM은 기존 화학 반응 용매로 잘 쓰이지 않았지만, 끓는점이 높아 발효 중 생성된 중간체를 미생물에 부담을 주지 않고 쉽게 분리할 수 있으며, 반응 후 BTEX와의 분리·재활용도 용이한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복잡한 정제 과정 없이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BTEX 생산 기술이 아니라 미생물 발효와 화학 반응을 하나의 통합 공정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IPM으로 BTEX를 쉽게 분리·재활용할 수 있어 석유화학의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실험실 수준을 넘어 산업적 확장 가능성을 높여, 향후 대규모 공정 전환 시 경제성을 뒷받침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화학생물학적 공정 플랫폼을 바탕으로 미생물 대사의 추가 설계·최적화, 산업 규모 확장, 친환경 촉매 도입 등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IPM 안에서 미생물 대사공학과 화학 반응이 동시에 잘 작동하도록 해 기존 촉매와 시약의 한계를 극복한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특훈교수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연료·화학 산업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며,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원료 공급 체계를 여는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일 미국국립과학원(NAS)이 발행하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논문명: Chemobiological synthesis of benzene, toluene, ethylbenzene, and xylene from glucose or glycerol, DOI:10.1073/pnas.2509568122 / 저자 정보: Zou Xuan(KAIST, 제1 저자), 김태완(KAIST, 제2 저자), Luo Zi Wei(KAIST, 제3 저자), 최경록(KAIST, 제4 저자), 한순규(KAIST, 공동교신저자), 이상엽(KAIST, 교신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