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당뇨발 치료에 효과…‘고압산소치료’ 직접 받아봤더니

화상·당뇨발 치료에 효과…‘고압산소치료’ 직접 받아봤더니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 3호기 증설
2년3개월 만에 1만례 돌파
화상·당뇨병성 족부궤양·난치성 골수염 환자, 건강보험 혜택

기사승인 2025-10-15 17:25:20
15일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 코디네이터가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김은빈 기자

“산소를 공급합니다. 이퀄라이징(압력 평형) 해주세요.” 

15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실 내 의자에 착석한 기자들에게 의료진이 이같이 안내했다. ‘치익’ 소리와 함께 산소가 공급되면,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이퀄라이징을 실시한다. 10분간 코와 입을 막고 귀에 바람을 불거나 침이나 물을 삼켜야 한다. 몸 안의 기압과 바깥의 기압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다. 1.5기압에 도달하면 천장에 걸려 있는 마스크를 쓰고 편하게 호흡한다. 고압의 산소가 몸속에 스며든다. 압력 변화에 귀가 먹먹했지만, 비행기가 이륙할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느껴졌다. 

고압산소치료는 압력이 가해진 고압산소치료기 안에서 100% 산소를 마시는 치료다. 일상생활의 대기압은 1기압인데, 치료실에서는 2~4기압의 고압 환경이 조성된다. 압력이 높아질수록 기체가 액체에 더 잘 녹아드는 원리를 이용해 혈장 내 산소 용해도를 높여 손상된 조직까지 충분히 산소를 전달한다. 혈액을 통해 공급된 다량의 산소는 혈관 신생과 조직 재생을 촉진하고, 염증·부종 완화 및 감염 억제 등 회복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날 체험은 1.5기압으로 30분간 진행됐다. 실제 환자들은 2~4기압에서 1~2시간 동안 치료를 받는다. 산소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구간별로 총 3회 마스크를 벗고, 의료진이 치료실 밖에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등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마련돼 있다. 산소 농도가 높아질 경우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에 털옷 착용은 주의해야 하고, 전자기기 반입 역시 금지된다. 이퀄라이징, 치료 후 주의사항 등 사전교육도 진행한다.

현재 고압산소치료는 화상 환자, 일산화탄소 중독 등 의학적 필요가 있는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입원환자는 본인부담금이 5~20% 수준이며 외래환자의 경우 50%가 적용된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의 다인용 챔버 내부 모습. 국내 최대 규모인 이 챔버는 최대 36명의 환자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제공

도입 2년 만에 1만례 돌파…99%가 화상 환자

한강성심병원은 지난 2023년 7월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개소했다. 고압산소치료의 뛰어난 치료효과가 환자들에게 입소문으로 알려져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 결과 도입 2년3개월 만에 1만례를 돌파했다. 급증하는 외래·응급 환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21일 외래 환자 전용 11인용 챔버(장비) 3호기를 추가 도입했다. 기존 1·2호기를 포함해 총 3대의 챔버로 36명의 환자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 

한강성심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화상 전문병원 중 유일한 대학병원인 만큼 고압산소치료 대상의 99.5%가 화상 환자다. 이외에도 당뇨병성 족부궤양, 난치성 골수염 등 고난도 질환 치료에도 쓰인다. 

허준 한림대한강성심병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화상 상처는 대개 광범위하고, 깊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하다. 외상 상처에 효과가 있는 고압산소치료를 시행하면, 치료 기간이 단축되고 결과적으로 사망률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화상 및 창상질환에서 치유 속도 향상, 피부이식 생착률 상승, 감염과 부종 억제, 치료 후 흉터·통증 등 후유증 감소와 같은 치료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챔버 증설을 통해 대형 화재나 재난·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 내 다수의 환자를 신속히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허 병원장은 “이번 1만례 달성은 단순히 숫자를 넘어, 화상과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의료기관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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