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가 또다시 파행을 빚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과정을 확인한다며 현장검증을 강행했고,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불법 검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사법 개혁’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이어지면서 국감이 본래 취지를 잃고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 모양새다.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는 법사위의 현장 국정감사가 열렸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전체회의를 마친 직후 “대선 후보 파기환송 판결 과정에서 전산 로그기록과 대법관 증원 예산 산출 근거를 검증하겠다”며 현장검증 개시를 선언했다. 그는 “파기환송 과정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며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등 관계자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 관련 사건과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 자료를 잇따라 요구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형사사건 상고심 접수 검토 자료를,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의 대법원 긴급회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준비한 인사말조차 하지 못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원행정처장에게 발언 기회를 달라”, “합의되지 않은 검증은 위법”이라며 항의했다.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여야 충돌이 이어졌다.
결국 추 위원장은 정오께 국정감사를 중지하고 대법원 내 현장검증을 위해 곧장 이동할 것을 제안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등이 회의실 문을 막아섰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무시하고 국감장을 떠났다. 천 처장은 당황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가 약 5분 뒤 국감장을 떠나 6층 처장실로 이동해 추 위원장, 민주당 간사 김용민 의원 등과 1시간가량 면담했으나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오찬 이후 추 위원장은 오후 3시36분쯤 국감을 재개하며 “법원행정처 안내에 따라 대법정과 소법정, 대법관실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의 거센 항의 속에 국감장을 떠났고, 천 처장의 안내를 받아 오후 3시40분쯤 대법정에 도착했다.
의원단은 약 4분간 대법정을, 3분간 소법정을 둘러본 뒤 9층 대법관실을 약 10분간 살폈다. 다만 당초 계획했던 대법원장실과 서버실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은정 의원은 “법원 관계자들이 흔쾌히 여러 곳을 보여줬고, 대법관 증원에 따른 예산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행동에 반발하며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다. 나경원 의원은 “합의되지 않은 불법 검증을 강행했다”며 “민주당이 대법원을 점령하듯 휘젓고 다녔다”고 비판했다. 조배숙 의원 역시 “이번 검증은 대법관 증원과 이재명 무죄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퇴장한 뒤 오후 국감은 여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한편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현장 국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여야 의원들과 일부 대법관이 참석한 오찬 자리에는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