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명 장기이식 기다리다 사망…연명치료 중단자 ‘DCD 법제화’ 추진

하루 8명 장기이식 기다리다 사망…연명치료 중단자 ‘DCD 법제화’ 추진

‘장기이식법’ 개정 정부 5개년 계획 수립
2023년 뇌사자 기증 483건 불과
장기·조직 기증 예우 강화
“숭고한 희생 결심한 기증자·유가족께 감사”

기사승인 2025-10-16 12:48:21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정부가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를 줄이기 위해 연명치료 중단자 ‘순환정지 후 장기 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DCD)’ 법제화를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 개정 시행에 따른 첫 장기·조직 기증 종합계획이다.

고령화와 의료 기술의 발달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매년 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식 대기자는 오랜 기간 동안 기증자를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다. 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따르면, 매년 장기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2000명을 웃돈다. 2022년과 2023년에 사망한 환자는 각각 2918명, 2907명으로 3000명에 육박했다. 하루 평균 8명꼴이다. 2019년에서 2024년 6월까지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1만4159명에 달한다.

장기 이식 대기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9년 3만2990명이던 이식 대기자는 2023년 4만3421명으로 5년 새 1.3배 증가했다. 이식을 위한 대기 기간도 길어졌다. 신장 이식의 경우 평균 대기일은 2019년 2196일에서 2024년 2802일로 늘어났다. 췌장은 1263일에서 2104일, 심장은 211일에서 385일로 늘었다.

장기 이식 대기자에 비해 기증자 수는 턱없이 적다. 2023년 뇌사자 기증 건수는 483건에 불과하다. 지난해엔 397명으로 전년 대비 17.8% 줄었다. 뇌사 장기 기증자가 400명 이하를 기록한 건 2011년 368명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 장기 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이처럼 심각해지는 장기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장기 기증 방식을 확대하기로 했다. 뇌사자 기증 의존에서 벗어나 연명의료 중단자의 순환정지 후 장기 기증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DCD 제도는 심정지 환자 본인의 사전 동의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고 5분간 기다린 후 전신의 혈액 순환이 멈췄을 때 장기를 적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의 장기이식법은 뇌사자 장기 기증 절차만 규정하고 있을 뿐 심정지로 사망한 사람에 대한 기증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 반면 미국, 스페인 등은 전체 장기 기증의 3분의 1 이상이 DCD를 통해 이뤄진다.

DCD 법제화를 위해 정부는 ‘장기이식법’,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등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체외 관류기기 등 의료기기 도입도 검토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외 일부 국가는 DCD가 전체 기증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기도 한다”며 “심장처럼 생체 기증이 불가능한 장기 부족 상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장기·조직 기증 예우를 강화하고, 생명나눔 문화도 조성한다. 현재 운영 중인 기증자 장례 지원, 화장·봉안당 예치비용 감면, 추모행사, 유가족 자조모임 등을 바탕으로 장기 이식 의료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로비 등에 ‘기억의 벽(기증자 현판)’을 설치하고, 가정이나 봉안당에 비치하고 고인을 기릴 수 있는 감사패를 수여할 계획이다.

병원 장기이식센터 인력 부족과 업무 과다를 해소하는 차원에선 뇌사 추정자가 발생했을 때 장기 기증·이식을 지원하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유선·문자가 아닌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으로 쉽게 알리도록 할 구상이다.

장기보다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인체조직에 대해선 홍보를 강화하고, 인체조직은행 지원체계를 정비할 방침이다. 특히 화상, 암 수술 등으로 조직 재건이 필요한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 정부는 이번 종합계획에서 각 병원의 인체조직은행 설립·운영을 위해 지원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장기 기증과 이식 분야 연구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연구지원체계를 개선하고, 정책 결정 거버넌스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삶의 마지막에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이라는 숭고한 희생을 결심한 기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국가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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