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점포 늘던 대학가…학생들 손길에 사장님 웃었다 [쿠키청년기자단]

빈 점포 늘던 대학가…학생들 손길에 사장님 웃었다 [쿠키청년기자단]

-대학가 상권 침체 속, 학생들이 직접 골목 살리기에 나서
-리모델링·홍보로 낡은 식당에 새 숨결
-전공 살린 재능기부, 지역과 함께 상권 회복 실험

기사승인 2025-10-19 15:47:57
대학생들이 ‘청춘의 밥’ 프로젝트를 통해 노후한 식당 벽을 새롭게 꾸미고 있다.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공간을 바꾸고,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수경씨 제공 

대학가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한때 대학생들이 모여 청년 문화를 꽃피우고 지역의 기억을 남기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빈 점포가 늘며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침체된 골목을 다시 살리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나섰다.

부산대학교 학생 변규림(23)씨는 지난해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와 달라진 학교 앞 풍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불과 반년 사이, 익숙했던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선 가게들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산대학교 앞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23.4%로, 부산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이에 부산대학교 마케팅 동아리 ‘TRIBS’가 상권 회복에 나섰다. 단순한 가게 홍보가 아니라, 침체된 거리 자체를 되살리자는 목표였다. 학생들은 먼저 학교 주변을 돌며 협업할 가게를 찾았다. 기준은 명확했다. ‘마케팅만 잘하면 성장할 수 있는가’였다.

당시 한 식당은 부산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2+1’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 사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TRIBS는 직접 가게를 찾아가 음식을 맛보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추천해 봤다. 맛이나 서비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았고, 재방문 비율도 적지 않았다. 충분한 잠재력을 확인한 TRIBS는 이 식당을 협업 대상으로 최종 선정했다.

부산대학교 마케팅 동아리 ‘TRIBS’가 게시한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 지난 8월4일 게시된 영상의 조회수는 약 17만 회에 달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TRIBS는 숏폼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 홍보에 나섰다. 학생들은 당시 유행하던 ‘하루하루 성장하는 서사’를 주제로 삼았다. 첫 영상에는 매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담고, 관련 키워드를 반복 노출해 확산을 유도했다. 학생회와 여러 동아리와의 제휴도 추진했다. 결과는 즉각 나타났다. 한 달 만에 매출이 237% 뛰었다. 첫 영상의 조회수는 지난달 29일 기준 약 17만 회를 기록했다.

해당 식당을 운영하는 이소제(44)씨는 “운영에 급급해 마케팅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는데, 학생들의 재능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루언서 광고에 수백만 원을 들였을 때는 효과가 미미했지만, 학생들이 만든 콘텐츠는 훨씬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했다.

TRIBS 소속 김지홍(25)씨는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가 모일수록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며 “작은 시도들이 모여 앞으로 상권 회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전(왼쪽)과 달라진 식당 내부(오른쪽). 대학생 봉사단의 참여로 낡은 공간이 새롭게 바뀌었다. 김수경씨 제공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대학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근의 한 식당은 지난 8월 새 단장을 마쳤다. 낡은 가구와 소품을 교체하고, 동선을 고려해 좌석 배치를 새로 짰다. 기존의 아늑한 분위기는 유지하면서 영양 균형을 고려한 메뉴 개선도 함께 진행했다. 대상그룹의 대학가 상생 프로젝트 ‘청춘의 밥’의 일환이다.

프로젝트는 대학생 봉사단이 5년 이상 운영해 온 영세 식당을 대상으로, 리모델링과 홍보를 맡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대상그룹은 전공이 서로 다른 대학생 49명을 7개 조로 나눠 총 7곳의 식당을 선정했다. 식당에는 총 1억7000만원 규모의 개선비를 지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수경(23)씨는 “대학가 상권이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재정난이나 건강 문제로 문을 닫는 가게 등 생각보다 불안정한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8000여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김씨는 “실무 경험을 쌓기 어려운 실내디자인 전공을 살려 식당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며 “변화한 가게를 보고 동력을 얻은 사장님과, 즐겁게 반응해 준 손님들 덕분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블로그 챌린지가 진행된 광운대학교 인근 카페. 총학생회 인증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박민욱 쿠키청년기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으로 상권 회복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광운대학교 총학생회는 재작년 11월 한 달 동안 ‘광운인의 밥상’ 블로그 챌린지를 진행했다. 재학생들은 학교 주변 식당 이용한 뒤 후기를 올렸다.

대학생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도 상권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광운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2023년 11월 한 달 동안 ‘광운인의 밥상’ 블로그 챌린지를 진행했다. 재학생들은 학교 주변 식당을 이용한 뒤, 직접 후기를 작성해 올렸다.

캠페인 기간 동안 네이버 블로그에는 총 287건의 후기 글이 게시됐다. 지난달 29일 검색어 분석 서비스 블랙키위를 통해 광운인의밥상 검색량을 살펴봤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네이버 월 검색량은 2260건에 달했다.

광운대학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안태정(42)씨는 “학생과 지역사회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는 취지에 공감했다”며 “학생들이 올린 글을 읽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활동이 계속돼 더 많은 가게가 도움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민욱 쿠키청년기자
y8595398@naver.com
박민욱 쿠키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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