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앞섰는데, 현실은 자율주행차 471대 뿐…법·제도에 멈춘 미래 모빌리티

기술은 앞섰는데, 현실은 자율주행차 471대 뿐…법·제도에 멈춘 미래 모빌리티

기사승인 2025-10-21 17:17:12
KAIDA 창립 30주년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국내외 자동차 관련 주요 인사. KAIDA

“우리나라에서 자율주행차 운행 허가를 받은 차량은 471대에 불과합니다.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인데 법과 제도는 여전히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21일 열린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창립 30주년 자동차 정책 세미나’에서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 상무는 “정부가 규제보다 속도를 택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부, 학계, 업계 인사들이 참석해 자율주행차와 첨단안전장치 제도 개선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유 상무는 ‘자율주행자동차 현주소와 해외사례를 통한 시사점’ 발표에서 “해외는 이미 자율주행 법제 정비를 마쳤지만, 국내는 여전히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일본 등은 2027년까지 레벨4 차량 상용화 법규를 완비할 계획”이라며 “한국은 내년 3월에야 공공·물류 목적의 B2B 거래가 허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 확산의 핵심 과제로 법규의 전환 속도를 꼽았다. 유 상무는 “미국은 ‘법에 없는 것은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빠르게 움직인다”며 “웨이모·GM크루즈는 원격운영 시스템을 기반으로 이미 무인 자율주행을 상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지난해 239조원을 미래 모빌리티에 투입하며, 특정 도시에서는 자율차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창립 30주년 자동차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수지 기자 

한국의 경우 기술은 준비되어 있지만, 국내 제도는 여전히 ‘실증 사업 중심’에 머물러 있다. 유 상무는 “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정부 주도의 실증에서 민간 중심의 매출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엄성복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수석연구위원은 ‘첨단안전장치의 선제적 적용을 위한 안전기준 특례 절차 실증 연구 및 제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기존의 자동차 안전기준 특례 제도는 명확한 기준 없이 행정 절차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는 유선 문의와 공문 접수, 검토, 회신 단계에 그쳐, 동일한 사안이라도 담당자나 시점에 따라 처리 속도가 달라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엄 위원은 제도 개선 방향으로 △특례 신청 요건의 명확화(해외 승인·동등 성능·공공성 등) △심의위원회 신설 △일정 공개와 피드백 절차 마련 △특례 승인 후 실효성 검증 절차 마련 등을 제시했다. “신기술이 빠르게 등장하는 시대일수록 규제는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절차의 투명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신속 확인에만 30일, 실증 특례 승인까지 최대 120일이 걸린다”며 “부처 간 협의가 복잡해 시장 대응이 늦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부처 간 절차를 단일화한 ‘원스톱 심의체계’를 마련해 제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엄 위원의 제안이다. 

엄성복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수석연구위원이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창립 30주년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수지 기자

엄 위원은 “기술은 규제를 앞서지만, 규제는 국민 안전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해외 검증 기술이라도 국내 기준과 동등 이상임이 증명되면 조기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서영태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보다 규모가 크고, 같은 매출 대비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이라며 “세계 7위 자동차 생산국인 우리나라는 미래 모빌리티 전환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기·수소차 시장은 캐즘을 벗어나 주력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정부는 보조금과 무공해차 생산 의무제 등을 통해 산업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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