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전주시설관리공단 ‘낙하산 채용’ 논란 일파만파

[편집자시선]전주시설관리공단 ‘낙하산 채용’ 논란 일파만파

전주시와 공단은 ‘임추위 논의 공정 채용’ 주장…감사원은 감사 착수
임추위원장 ‘경력 모호’ 지적에도 면접서 고득점으로 최종 후보 올라

기사승인 2025-10-22 11:21:33
전주시설관리공단

전북 전주시설관리공단의 임원 채용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경찰 수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감사원은 이미 감사제보를 접수하고 전주시설공단에 관련 자료 요청 등 감사에 착수했고, 경찰에 고발장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설공단의 임원 채용 논란은 이달 초 이사장 바로 아래 간부인 본부장 두 자리 중 시설본부장을 채용하면서 불거졌다. 전주시설공단은 이석현 전 경영본부장이 지난 7월 전주시장 비서실장으로 옮겨가고, 당시 시설본부장이 경영본부장을 맡으면서 생긴 공석을 채우기 위해 임원 채용 절차를 밟았다. 임원 공채에는 8명이 지원해 7명에 대해 면접이 이뤄졌고, 우범기 전주시장 비서실 의전팀장으로 일한 이정우씨가 임원으로 임명됐다.

이씨는 지난 2022년 6·1지방선거에서 우범기 시장 선거캠프 출신으로 지난 7월까지 3년간 시장 비서실 6급 공무원으로 재직해 공단이 제시한 응모자격에도 못 미치는 경력으로 이사장 바로 아래 직급의 임원으로 뽑혔다. 이씨는 우 시장의 후보 시절부터 일정을 챙겼고, 시장이 된 이후에는 공식 일정뿐 아니라 사적 모임이나 저녁 술자리까지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설공단 측은 ‘측근 챙기기’라는 비판에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추천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했고, 전주시도 “이씨는 응모 요건 중 ‘기타 이에 준하는 자격이 있다고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인정하는 자’ 항목이 적용됐다”며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 논의를 거쳐 공정하게 채용했다”고 주장한다.

공단이 제시한 응모 자격은 ‘국가 또는 지방공무원 5급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위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100인 이상 기업의 상임 임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정부투자기관-지방 공사‧공단에서 공무원 5급 상당 직위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경영 또는 공기업 분야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로서 대학‧연구 기관 등에서 경영 관련 분야 부교수나 책임연구원급 이상 직위에서 연구했거나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등 4개항에서 구체적인 자격을 요구하고 있고, 마지막 조항에 ‘기타 이에 준하는 자격이 있다고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인정하는 자’가 있다.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6급 공무원 3년’ 경력의 이씨를 마지막 조항을 적용해 응모자격을 갖추었다고 해석하고 면접 대상자로 선발했다는 것이다. 그런 임추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전주시설공단의 임추위는 모두 7명으로 전주시에서 2명, 전주시의회에서 3명, 전주시설공단이 2명을 추천하게 되어 있다. 

전주시설공단의 임원은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임추위에서 2명 이상을 추천하면 이사장이 선발토록하고 있는데 1차 서류심사는 정성평가 80%와 정량평가 20%로 심사한다. 응시요건의 적정성을 보는 정량평가는 경력점수 7점, 업적 4점, 포상 5점, 대외활동 4점으로 총 20점 만점이다. 
 
당시 임추위 회의록을 보면 지원자 8명의 서류를 놓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경력과 포상 실적 등을 평가하던 중 문제의 이씨 차례가 되자, 위원장이 “이 씨의 경력이 모호한데, 위원들의 의견은 어떠냐”고 묻는다. 그러자 한 위원이 최대한 많은 인원을 면접에 올리는 게 좋겠다며 이씨에 대해 “기타 이에 준하는 자격을 인정하고 경력 점수는 기본 점수인 3점을 주자”고 제안한다. 결국 자격 요건에 미달한 응모자가 적격자로 바뀌는 순간이다.

위원장이 다른 위원들의 의견을 묻고 위원들이 동의하면서 이씨는 자격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됐고, 정량평가에서 최하위 수준인 8점을 받는다. 이 씨는 이후 정성평가 항목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아 서류심사 2위, 면접에서 고득점을 획득해 응모자 중 1위로 다른 2명의 응모자와 함께 추천된다. 두 차례의 평가를 거치며 사전 내정설이 그대로 증명된 셈이다. 

이사장은 추천된 3인 중 1인을 임명할 수 있는데 이사장은 ‘이씨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치는 결정적 하자가 있다’는 언론들의 보도에도 임명을 강행한다. 시민단체는 이사장이 석연찮은 부분에 대한 재심의나 재추천을 임추위에 요구할 수도 있는데 곧바로 임원을 임명한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이사장에게도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비난한다. 

최종 임명권자인 공단 이사장은 임추위에서 추천한 후보자라도 이사장이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해 뽑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전례도 있다. 공단의 한 전임 이사장은 임추위에서 임원 후보자 2명을 추천했지만 두 사람 모두 부적격자라고 판단하고, 임원 공모 절차를 다시 밟아 다른 사람을 임원으로 선임한 바 있다. 이연상 이사장이 임원 채용 특혜 의혹 책임을 임추위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연상 이사장은 최근 자신이 졸업한 고교 동문 카톡방에 ‘우리 공단 인사 발령에 대하여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소명글을 올린다’며 ‘낙하산 인사 운운은 어불성설이고 양심과 판단에 따라 인사 운영하고 있다. 가짜 뉴스에 속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전주시설공단은 전주월드컵경기장·화산체육관·전주승화원 등을 운영하는 전주시 산하 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큰 공단으로 직원 400여명에, 연간 예산은 500억원에 달한다. 전주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리증진에 힘써야 할 공단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제라도 ‘인사의 정상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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