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에선 김밥, 대구선 떡볶이”…지역축제, 로컬관광 핵심 자원으로

“김천에선 김밥, 대구선 떡볶이”…지역축제, 로컬관광 핵심 자원으로

주말 전국 ‘축제 피크’…약 20여개 지역축제 열려
단기 흥행 넘은 지역 브랜드 전략…체류·소비연결 관건

기사승인 2025-10-25 06:00:10
가을이 절정에 접어들며 전국이 축제 열기로 들썩이고 있다. 대구의 떡볶이, 김천의 김밥, 강원 횡성의 한우, 경북 영주의 인삼 축제까지 지역의 얼굴이 된 행사들이 ‘로컬관광’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주말(24~26일)은 주요 지자체가 동시에 행사를 여는 가을 축제 피크 주간으로, 지역 관광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김천시 제공

가볼만한 지역 축제 어디

최근 지역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에서 벗어나 ‘체험형 로컬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소비자들이 ‘지역에 머무는 이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공연, 체험, SNS 이벤트, 제휴형 할인 프로그램 등을 결합하고 있다. 축제의 목적이 ‘지역특산 홍보’에서 ‘방문객 체류와 소비 유도’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제5회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을 통해 K-푸드의 세계화를 노린다. “여기는 대한민국 떡볶구”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행사는 전국 28개 떡볶이 브랜드가 참여해 지역별 맛과 문화를 선보인다. 단순 판매 부스를 넘어 ‘떡볶이 유랑마차’와 ‘뽀기랜드’ 등 놀이형 콘텐츠를 더해, 먹거리 중심 축제를 문화형 콘텐츠로 확장했다. 축제 운영을 지역 유통기업·푸드트럭 협동조합이 함께 맡으며 지역 상권과의 동반 효과도 노린다.

강원 횡성군은 ‘한우축제’와 연계한 ‘전통시장 손님맞이 축제’를 열어 청년 소상공인과 시장 상인, 방문객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형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청년창업 지원과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관광과 접목한 사례다. 농축산물 소비 촉진뿐 아니라, 전통시장과의 연계를 통한 지속 가능한 지역 상권 루프를 실험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주시의 ‘풍기인삼축제’는 인삼 가공 체험, 인삼요리 시식, 문화공연을 결합해 가족 단위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시켰다. 지역 농특산물 판매와 연계한 상생 구조도 자리 잡았다. 김천시는 지난해 첫 회 때 ‘김밥 없는 김밥축제’라는 오명을 썼지만, 올해는 10만인분 이상 김밥을 준비하며 지역 식품산업과 관광의 결합 모델을 제시한다. 지역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소비·체험·관광’을 한 축으로 엮는 구조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

유정근 영주시장 권한대행이 풍기인삼대제를 지내고 있다. 영주시 제공

K-푸드·로컬콘텐츠·체험… 축제가 다시 쓰는 지역관광

이처럼 지역별 축제 경쟁이 활발해지는 배경에는 관광 수요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1월 발표한 ‘지방시대, 방한 외래관광객 지방관광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방한 외래관광객의 서울 방문률은 2019년 76.4%에서 2023년 80.3%로 높아졌다”며 “부산·제주·강원 등 주요 지역의 방문율은 오히려 줄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지방시대에 부합하는 관광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주체적으로 외래관광객 유치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정책 추진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지자체들이 지역축제를 통해 외래 관광객의 이동 동선을 넓히고, 수도권 중심의 관광 구조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지역축제는 이러한 수도권 편중 구조를 완화하고 지방 관광 수요를 분산시키는 ‘로컬관광 실험장’으로 자리하는 모습이다.

정란수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지역축제는 단기간에 수십만 명의 외부 인구가 유입되는 만큼 지역 내 소비 진작 효과가 매우 크다”며 “일반적으로 연간 방문객의 10분의 1에서 많게는 절반이 축제 기간에 집중될 정도로 경제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축제가 지역의 전통이나 특산물을 알리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김천의 김밥·구미의 라면·원주의 만두 등 일상적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추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트렌드 대응이 아니라, 지역 자원의 재해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지역의 스토리,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현지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축제는 가장 강력한 지역관광 매개체가 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는 ‘우리 지역이 최고’라는 공급자 중심 사고가 강했지만, 이제는 여행자가 어떤 경험을 원하고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결국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지는 열쇠는 여행자 중심의 기획과 지역 간 연계에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자체들은 축제를 단기 흥행보다 지역 브랜드를 키우는 중장기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축제에 유입된 방문객을 지역 상권과 숙박,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느냐가 지역관광 경쟁력을 가르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지역축제가 성공하려면 지역 고유성·콘텐츠 차별화·체류형 설계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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