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금리하락기 건전성 ‘빨간불’…듀레이션 갭 1년 새 급확대

보험사, 금리하락기 건전성 ‘빨간불’…듀레이션 갭 1년 새 급확대

기사승인 2025-10-23 06:16:03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1년 새 보험사들의 자산과 부채 간 만기 차이(듀레이션 갭)가 눈에 띄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듀레이션 갭이 크다는 것은 돈이 들어오는 시점과 나가는 시점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 노출이 커졌다는 뜻이다. 특히 손해보험사의 듀레이션 갭이 생명보험사보다 훨씬 벌어지면서 금리 변동에 따른 건전성 리스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쿠키뉴스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보험사 전체의 평균 듀레이션 갭은 1.05년으로 집계됐다. 1년 전 0.37년에서 0.68년 확대된 것이다.

듀레이션 격차(갭)가 0에 가까울수록 보험사가 보유한 자산(적립금)과 향후 지급해야 할 부채(보험금) 만기가 일치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줄어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듀레이션 갭은 플러스냐 마이너스냐가 중요하지 않아서 절댓값 기준으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손해보험사의 격차 확대가 특히 두드러졌다. 손해보험사의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은 2024년 3월 말 0.34년에서 2025년 3월 말 1.47년으로 1년 새 1.00년 이상 벌어졌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는 0.67년에서 0.86년으로 0.19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손해보험사가 금리 변동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보험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긴 상황에서 시장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 1년간 듀레이션 갭이 확대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도입을 앞두고 상반기 보험사들은 듀레이션 갭 축소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일부 회사들은 격차를 줄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확대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문제는 금리가 하락할 경우다. 현재처럼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긴 상황에서는 금리가 내리면 부채 증가 폭이 자산 증가 폭보다 크다. 예를 들어 금리가 1%포인트 떨어질 경우 듀레이션 10년짜리 부채는 약 10% 가치가 상승하지만, 듀레이션 5년짜리 자산은 5% 상승에 그친다.

즉 금리 하락으로 자산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미래에 지급해야 할 부채 부담이 더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보험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기준 손해보험사의 부채 듀레이션은 16.01년, 자산 듀레이션은 9.56년으로 부채 듀레이션이 훨씬 길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는 각각 12.15년과 10.82년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험사들은 최근 만기가 긴 국채를 적극 매입하며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고 있다.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를 맞춰 듀레이션 갭을 줄이고,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도 듀레이션 갭의 추가 확대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보험사 듀레이션을 직접 규제하지 않고, 지급여력비율 산정 시 금리리스크 요인으로 간접 반영해 관리해왔다. 금융당국은 2027년부터 보험사 경영평가에 듀레이션 갭 지표를 도입하고, 기준 초과 시 금리리스크 등급을 4등급 이하로 조정하기로 했다. 또 듀레이션 및 듀레이션 갭을 공시 항목에 추가할 예정이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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