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엄마가 먹은 미세플라스틱, 아이 면역력 약화시킨다

[쿠키과학] 엄마가 먹은 미세플라스틱, 아이 면역력 약화시킨다

생명연, 모유 통한 미세플라스틱 전달·비장 축적 '세계 최초' 규명
T세포·NK세포 감소, 염증성 B세포 증가, 면역 불균형으로 직결
성장기 항바이러스 물질 분비 저하, 신종플루 감염 저항성 약화 확인

기사승인 2025-10-23 11:04:31
모체가 섭취한 폴리에틸렌 미세플라스틱(PEMPs)이 새끼에게 전달되어 비장에 축적되며, 면역세포 분포를 교란시켜 발달기 자손의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을 약화시킴을 규명한 모식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엄마가 먹은 미세플라스틱이 자녀의 면역력을 약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임신부와 영유아는 면역체계가 취약해 환경 유해물질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산모로부터 자녀에게 전달돼 면역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대를 이어 전달되는 미세플라스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바이오신약중개연구센터 이다용 박사팀은 엄마가 섭취한 폴리에틸렌(PE) 미세플라스틱이 젖을 통해 아이에게 전달돼 면역체계를 교란시켜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폴리에틸렌은 비닐봉투. 포장재, 용기 등에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 수지로,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라 환경에서 오래 잔존하며 미세화 될 경우 식품·수계·대기에 남는다.

연구팀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폴리에틸렌 미세플라스틱을 임신한 생쥐에 섭취시킨 후 이 물질이 모유를 통해 새끼의 체내로 이동하고, 특히 비장에 다량 축적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장은 몸속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기관으로, 이곳의 균형이 무너지면 감염병에 쉽게 걸린다. 

실제 새끼 생쥐의 비장을 분석한 결과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와 NK세포가 줄어들고, 염증을 일으키는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등 면역체계의 불균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NK세포는 선천면역을 담당해 감염되거나 비정상적인 세포를 제거하고, 항체와 협력해 세포독성을 발휘하는 등 초기 바이러스 방어에 핵심 역할을 한다.

미세플라스틱이 모유를 통해 새끼의 비장에 축적된 이후 성장기 내내 면역세포 분포의 불균형과 더불어 인터페론,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 항바이러스 면역물질의 분비 저하가 지속됐다.

이는 단기 노출에 따른 일시적 반응이 아닌, 면역 발달과정 전반을 교란시켜 감염 저항성을 약화시킨다.

연구팀이 이들 생쥐에게 H1N1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결과 정상군에 비해 감염 후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항바이러스 면역물질 분비가 현저히 낮게 나타나 바이러스 억제 능력이 크게 약화됐다.

특히 감염 초기 면역방어의 핵심인 인터페론(IFN-α, IFN-β, IFN-γ)과 염증신호 단백질 사이토카인(IL-6, TNF-α 등)의 생성 수준이 크게 저하된 것을 확인, 바이러스 제거를 위한 초기 면역반응이 충분히 일어나지 못했음을 확인했다.

H1N1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노출된 새끼들의 체중 변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히 체내에 머무는 이물질 이상의 면역체계 교란으로 감염병 취약성을 높이는 유해 요인임을 입증한 것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이 박사는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세대를 넘어 면역체계를 교란시킬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라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음식과 물 등 생활 속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IF 11.3)’ 지난 15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 Maternal ingestion of polyethylene microplastics results in reduced antiviral responses by dysregulating the immune system in their progeny / 교신저자 : 생명연 이다용 정해용 정진영 / 제1저자 : 박수빈 변재은 양지현)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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