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 드론’에 뚫린 김포‧김해‧제주공항…항공기 운항 중단 4배 급증

[단독] ‘불법 드론’에 뚫린 김포‧김해‧제주공항…항공기 운항 중단 4배 급증

기사승인 2025-10-23 14:22:11 업데이트 2025-10-23 15:31:21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항공기들이 서있다. 연합뉴스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주요 공항인 김포·김해·제주공항에서 불법 드론이 급증하면서 항공기 운항 차질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불법 드론 적발 건수가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했고, 이로 인한 항공기 운항 중단 편수만 무려 4배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1~9월 기준) 김포‧김해‧제주공항에서 불법 드론이 82건 적발됐다. 이는 전년(57건) 대비 43.9% 증가한 수치다.

공항별로는 제주공항이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김포공항 25건, 김해공항 13건 순이었다.

공항은 국가 보안 가급시설로, 반경 9.3km 이내는 드론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또는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최근 공항 주변에서의 불법 드론 비행이 늘어나면서 항공기 운항에 직접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불법 드론으로 인해 항공기 운항이 지연된 사례는 ‘출발 지연’ 28편, ‘도착 지연’ 21편 등 총 49편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1편)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실제 지난 1일 양양발 제주행 파라타 항공기(WE6701)가 착륙하기 전 공항 활주로 상공에 드론이 목격돼 30여분간 회항하면서, 승객들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도 제주공항에서 미확인 드론이 감지돼 활주로가 폐쇄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3일 오전 9시28분 제주공항운영센터 종합상황실에 미확인 드론이 감지되자, 제주공항은 활주로를 8분 동안 폐쇄했다가 오전 9시 36분쯤 운항을 재개했다. 앞선 11일 밤에도 제주공항 주변에서 드론이 감지돼 7분간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급증하는 불법 드론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드론 탐지시스템이 도입돼 운영 중인데, 여전히 하늘길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주요 거점공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항이 여전히 무방비 상태라는 점이다. 현재 인천·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공항은 불법 드론 탐지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다수의 공항은 불법 드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양양공항에서 불법 드론 위협에 대응하는 기술 실증을 추진 중”이라며 “무안·울산·여수공항 등에도 불법드론탐지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재 의원은 “불법 드론은 단순한 불법행위가 아니라 항공기 운항을 직접 위협하는 중대한 안전 문제”라며 “공항공사는 드론 탐지‧차단 시스템을 조속히 전국 공항으로 확대하고, 드론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인식 제고와 단속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불법 드론 비행이 대형 항공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며 정부와 공항공사의 대응 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공항 안전과 관련해선 사후 조치가 아닌 사전 방어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불법 드론은 단순한 장난이 아닌 항공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행위”라며 “드론 사용이 급증하는 만큼, 국토부와 공항공사가 관련 안전 교육·홍보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드론의 크기와 충돌 속도에 따라 피해 규모는 조류 충돌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며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 중심의 체계적인 홍보와 단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광일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공항 관제권 내에서의 드론 비행은 절대 금지돼야 한다”며 “공항공사는 불법 비행에 대한 상시 홍보와 실시간 대응 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고가 난 뒤에야 대응하는 구조는 이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승객과 조종사들의 안전을 위해서 모든 공항에 드론탐지시스템을 도입해 드론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