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불안에 '인하 멈춤'…한국은행, 기준금리 2.5% 동결

집값 불안에 '인하 멈춤'…한국은행, 기준금리 2.5% 동결

기사승인 2025-10-23 10:55:4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경기 부양보다 수도권 부동산시장 과열과 원화 약세 등 금융시장 안정성을 우선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뒤 7월과 8월 두 차례 회의에서 동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금리 동결의 배경에도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시장이 자리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6·27 대책을 시작으로 9월과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 상승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9월 다섯째 주 대비 2주간 누계로 0.54%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전주(0.06%)보다 높은 0.14%를 기록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와 보조를 맞춘 결과로도 해석된다. 특히 ‘초강수’로 평가받는 10·15 대책 발표 직후 금리를 내리는 것은 정책 엇박자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의 부동산 대책들이 아직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금통위원들의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은 6·27 대책 이후 과열이 다소 진정됐으나, 9월 들어 가격 상승 폭과 거래량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고환율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도 부담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를 오르내리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요구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향후 투자·통화스와프 협상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미 금리차 확대가 환율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수 회복세 또한 금리 인하를 미룬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최근 “민간 소비가 소비심리 개선과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하반기 들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이 걸림돌이지만 민생지원으로 내수 심리가 일시적으로 회복 중이고 반도체 수출도 예상보다 양호하다”며 “주식시장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만큼 이 상황에서 인하 카드를 꺼내기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부동산 상승세가 둔화되고 환율이 안정되더라도 실물 경기가 여전히 견조한 점은 금리 인하 기대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년 상반기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낮은 성장세와 미국·EU의 관세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인하 사이클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APEC 회의를 전후해 한·미 간 대미 투자 문제가 일정 부분 타결돼 환율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금통위의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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