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히어라가 새 챕터의 시작을 알렸다. 학교폭력(학폭) 논란을 매듭짓고 첫 상업영화 ‘구원자’로 대중 앞에 선다. 23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터닝 포인트다. 제목부터 저와 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서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구원자’(감독 신준)는 축복의 땅 오복리로 이사 온 영범(김병철)과 선희(송지효)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불행에 대한 대가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오컬트다. 11월5일 개봉한다.
김히어라는 이 작품으로 영화배우의 꿈을 이뤘다. 그는 “큰 스크린에 이름이 나오는데 입을 틀어막고 봤다. 엄마, 아빠가 알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생각했다”며 “스스로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보이더라. 공부하는 마음으로 봤다”고 말했다.
극중 홀로 아들을 키우는 오복리 주민 춘서 역을 맡은 김히어라는 오컬트에 착 붙는 연기로 몰입감을 배가했다. 이 배경에는 신준 감독과의 토론이 있었다. 그는 “제가 어떻게 신선하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연령대를 낮추면 어떻겠냐고 여쭤봤다. 비주얼적인 얘기가 아니라 미성숙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도 아들뿐이고 본인이 필요한 사람도 아들뿐인 여자다.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수용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춘서의 서사는 작중 메시지와 무관하지 않다. 춘서가 아들과 함께했던 일상은 전개에 따라 점점 기적 같은 일이 되기 때문이다. 김히어라는 “춘서가 원했던 기적은 평범했을 거다. 하지만 더 많은 평범함을 원했다가 나중에는 민재 다리와 눈만 돌려달라고 한다. 작품을 통해서 내가 춘서를 만난 것,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것, 눈을 떠서 햇빛을 맞는 것 모두 감사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깨달음은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돼 원치 않는 휴식기를 가졌던 당시 상황과도 연결된다. 김히어라는 “춘서를 만났을 때 더 노력하지 않아도 간절함과 절실함이 묻어나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미국에 갔었다. 영어도 배우고 LA에서 활동하는 작곡가에게 작곡도 배우고 현지 에이전시와 미팅도 했다. 그때 느꼈던 건 제가 태생적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아이라는 거였다”고 털어놨다.
오랜만의 현장은 달가웠지만 긴장도 컸다. 김히어라는 선배 송지효, 김병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언니, 오빠로서 장난식으로 저를 풀어주려고 하셨다. 전투적으로 있었을 제게 ‘야, 그냥 앉아 있어. 왜 그래. 각자 역할이 있는 거야’라면서도 ‘잘할 수 있을 거다. 좋은 배우다’ 같은 미래지향적인 말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돌아온 김히어라는 이제 ‘신뢰가 가는 배우’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그는 “어떤 순간에도 유명해지기를 원한 적은 없다. 앞으로 담대하고 무탈하게 활동하고 싶다. 연기를 훨씬 더 귀하게 하면서 제가 선택하면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신뢰가 가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