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운전 심사가 진행 중인 부산 기장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가 승인됐다. 계속운전과 별개의 사안이지만, 계속운전 심사가 통과하려면 결국 사고관리계획서에도 문제가 없어야 하는 만큼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3일 제223회 회의를 열고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을 표결로 의결했다. 사고관리계획서는 설계기준 사고와 다중고장, 설계기준을 넘어서는 외부 재해, 중대사고 등을 포함한 사고의 관리 범위와 관리 설비, 관리 전략 및 이행체계, 관리 능력 평가, 훈련 계획 등을 담은 문서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5년 원자력안전법이 개정되면서 원전 사업자의 사고관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됐고,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은 2019년 운영 중이거나 운영 허가 심사 중인 원전 28기에 대한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날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6년에 걸친 심사를 통해 사고 범위가 원자로 규칙에 따른 모든 범위를 포괄하고 있는 점과 한수원의 사고관리 능력이 허가 기준을 만족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회의에서는 사고관리계획서 내 다양한 설비 및 안전기준에 대한 논의와 사건별 사고관리능력 평가에 대한 토의 등이 진행됐다.
올해 초 한국형원전(APR1400) 사고관리계획서 의결 과정에서 추후 고시 반영 등을 검토하기로 했던 대기확산인자(방사선 물질의 대기 방출 평가) 및 항공기 충돌 기준이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원호 위원장은 “심의를 마치면 다음 회의에 2건 관련 고시안을 바로 상정하겠다”고 중재했다.
이날 진재용 위원은 중대사고 시나리오 등에 대해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별도 민간 전문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원안위 존재와 심의 체계 법령에 정해진 규제 체계, 절차를 봤을 때 추가 논의가 이 단계에서 다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추가 검토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원안위는 오후 4시 표결을 통해 재적위원 7인 중 반대 의사를 밝힌 진 위원을 제외한 6인 찬성으로 원안 의결했다.
최 위원장은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으로 신규원전과 동등한 수준의 사고관리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면서 “아직 사고관리계획서가 승인되지 않은 원전에 대해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심의해 사고관리계획서를 조속히 현장에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가 승인되면서 곧바로 심의하는 고리 2호기 계속운전도 허가될지 주목된다. 사고관리계획서는 계속운전 허가와는 별개지만, 중대사고 대응 등 내용 상당수가 겹치는 만큼 원안위는 이날 두 안건을 함께 올려 논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진 위원은 “사고관리계획서를 먼저 승인해야 계속운전 허가를 심의할 수 있다”며 두 안건이 동시에 올라온 데 대해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지만, 최 위원장은 법에 담기지 않은 규제를 임의로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