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생존력 업그레이드’…한화·삼성·HD현대, ‘스마트 조선소’ 구축 가속

AI로 ‘생존력 업그레이드’…한화·삼성·HD현대, ‘스마트 조선소’ 구축 가속

기사승인 2025-10-23 17:39:57
XR기술을 활용해 선박 엔진을 검사하는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조선업이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과의 가격 경쟁, 숙련 인력 부족, 현장 안전사고 발생 등은 여전한 한계로 남아있다. 이에 업계는 ‘스마트 조선소 전환’이 이에 따른 해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는 AI와 디지털 전환을 앞세운 스마트 조선소가 K-조선의 생존력과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는 선박 제조 전 과정을 데이터로 연결하고 자동화하는 스마트 조선소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 기술과 결합해 품질·원가·납기·안전을 동시에 개선하려는 전략이다.

한화오션은 대규모 인력이 배치된 거제사업장에 주목하며, 현장의 안전성과 생산성 제고하기 위해 데이터·로봇·AI를 결합한 ‘지능형 스마트야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소형·경량 탑재 용접로봇과 갠트리형 로봇이 협소·밀폐 구역까지 들어가 공정 표준화와 품질 일관성을 높여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재·유해가스·공기질·온습도 센서를 연계한 지능형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해 위험을 조기 감지·대응하는 안전 환경 관리도 추진 중이다. VR 트랜스포터 시뮬레이터를 통해 숙련도, 안전 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 맞춤형 직업훈련·안전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작업 환경 조성을 위해 고민하며 기술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현장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선박 품질도 향상할 수 있도록 스마트 조선소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XR 솔루션을 통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2일 삼성전자와 XR 기술개발 협력 MOU를 체결하고 ‘갤럭시 XR’를 활용한 선박 검사 시연을 공개한 바 있다. 작업자는 XR 기기를 통해 3D로 구현한 LNG 운반선 엔진을 ‘패스스루’와 ‘핸드 트래킹’으로 가상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점검할 수 있었다. 이는 작업자들이 조선소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삼성중공업이 2018년부터 VR 솔루션을 작업장에 활용해온 행보의 연장선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대만 에버그린 본사에 선원 교육용 VR 솔루션을 공급한 바 있으며, 향후 삼성전자와 함께 신제품 설계·개발, 공동 브랜딩, 차세대 사업 발굴 등으로 기술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현장 적용이 되면 생산 효율성 면에서 효과가 기대된다”며 “다만 이를 위해 멀티모달(Multi Modal) AI, 고성능 렌더링(Rendering) 등 추가적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HD현대 조선 3사(HD현대중공업·현대미포·현대삼호중공업)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공정을 통합하는 ‘하나의 자동화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은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축으로 데이터·가상·증강현실·자동화·인공지능을 결합한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해 12월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마무리한 상태다. 현재는 2단계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2026년까지 AI가 축적된 빅데이터를 학습해 인력·설비 등 공정의 최적 운용조건을 자동 도출하는 체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장에선 디지털 트윈으로 선박과 설비 상태를 가상 공간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식별·대응하고 있다. 또한 다국어 번역형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글로벌 협업 과정의 오류를 줄이고 있으며, AI 영상분석 시스템 ‘하이캠스(HiCams)’로 낙상 등 위험 상황을 실시간 탐지해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소 현장의 디지털 전환은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오는 2030년까지 첨단 디지털 기술이 구현된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성이 30% 향상되고, 선박 건조 기간도 30% 단축돼 건조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조선업계의 스마트 전환을 뒷받침한다. 20일 열린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조선·로봇·자동차·드론 등 4대 산업의 AI 대전환 실행계획이 발표됐다.​ AI 선박 분야에서는 조선 3사가 참여하는 ‘K-조선 테크 얼라이언스’가 내년부터 가동해 자율운항선박과 무인 조선소 기술 개발, 전문 인력 양성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32년까지 자율운항선박 신뢰도 평가·검인증 기술을 마련하고, 내수면 실증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도 도입하기로 했다. 업계의 데이터 수요를 반영해 AI 데이터 생태계 구축 방안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스마트 팩토리 기술로 산업 고도화가 이루어진다면 국내 조선업 생산 효율이 증대될 뿐 아니라 미국과 조선업 협력 과정에서도 AI 기반 첨단 기술 공유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산업 주도권 확보는 속도전인 만큼, 조선업 도약을 위해 지금보다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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