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클럽’ 삼성·SK하이닉스…AI 슈퍼사이클에 ‘투톱’ 동반 질주

‘10조 클럽’ 삼성·SK하이닉스…AI 슈퍼사이클에 ‘투톱’ 동반 질주

기사승인 2025-10-24 06:00:11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 LG그룹 여의도 트윈타워.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열풍이 몰고 온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에서 한국 반도체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실적 반등의 날개를 폈다.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기며 2년 만에 완전한 회복세를 보였고, 29일 실적을 발표할 SK하이닉스 역시 6조원대 영업이익이 유력하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급증이 두 회사를 동시에 끌어올렸지만, 삼성은 파운드리·모바일을 포함한 ‘다각화형 회복’으로, 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집중형 성장’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 ‘다각화형 회복’으로 반등 성공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30% 넘게 오른 수치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10조원대를 완전히 회복했다.

반도체(DS) 부문 실적이 회복을 이끌었고,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나란히 오르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의 적자 폭도 줄었고, 폴더블폰 등 신제품 흥행에 힘입어 모바일경험(MX) 부문도 3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HBM 수율 안정이 관건이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모바일 등 다각화된 사업구조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췄다”고 진단했다.

삼성은 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차세대 HBM3E를 공급하기 위해 생산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HBM 점유율은 낮지만, AI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포괄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HBM 독주로 사상 최대 실적 눈앞”

SK하이닉스는 오는 29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3분기 매출액 24조6700억원, 영업이익 11조3400억원이 예상된다. 전망대로라면 분기 첫 10조원대 진입이자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핵심은 단연 HBM이다. SK하이닉스는 12단 HBM3E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60%를 넘어섰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은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로 나타났다. 

HBM은 범용 D램보다 단가가 5배가량 높은 고부가 제품으로, 현재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매출 25조2000억원,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며 “D램 이익은 11조9000억원, 낸드 부문은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매출이 D램 전체의 40%를 넘어설 것”이라며 “서버용 D램 수요 폭증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전망했다.

‘집중형 성장’ vs ‘다각화형 회복’…두 가지 승리 방정식

두 회사의 공통된 실적 반등 요인은 AI 반도체 수요 폭증이다. 2023년 이후 생성형 AI 서비스가 급격히 확산하고, 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서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의 시장이 열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기준 서버용 D램 가격은 지난 분기 대비 30%, 낸드플래시 가격도 20% 가까이 뛰었다. D램익스체인지 자료도 PC용 D램(DDR4 8Gb) 평균 거래가격이 9월 6.3달러로 전달보다 10.5% 올랐다. 이는 6년8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 같은 AI 특수 속에서 하이닉스와 삼성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수익 반등을 완성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중심의 ‘집중형 성장’으로 초고수익을 달성했다. 2분기 영업이익률 41%를 기록했고, 전체 D램 매출의 45%가 HBM에서 발생한다. 엔비디아와 오픈AI 등 글로벌 고객에 HBM3E 12단 제품을 독점 수준으로 공급하며 2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 62%를 차지하고 있다. 평균판매단가가 범용 D램의 5배에 달하는 HBM의 성장이 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고 있으며, 차세대 HBM4 양산까지 선도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모바일·비메모리까지 아우르는 ‘다각화형 회복’으로 안정적 성장 기반을 구축 중이다. HBM 점유율에서는 다소 밀려 있지만, 비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모바일 부문이 탄탄해 전체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계열이 흑자로 전환되며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한 관계자는 “메모리·비메모리·모바일 3축이 동시에 회복하며 수익성 안정성에서 삼성만의 강점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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