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노사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두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KB금융 노동조합 협의회(KB노협)는 지난 5~6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윤 회장 연임 찬반 설문 조사’에서 인위적인 조작이 발견됐으며, 사측이 익명게시판을 통해 여론 조작에도 나선 것으로 12일 주장했다.
KB노협에 따르면 외부업체를 통해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는 시간당 평균 100건의 응답률을 보였다. 하지만 6일 오후 3시부터 응답률이 시간당 천단위로 폭증하는 현상을 기록했다. 특히 17개 특정 IP에서 4000여개 이상의 설문답변이 중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조사는 중복답변을 동일 IP 당 10개로 제한하고 있으나, PC내 쿠키를 삭제하는수법으로 한 IP에서 대량의 답변이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조작이 의심되는 4000여건의 답변은 99.6%가 윤 회장의 연임을 찬성하는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결과 전체 응답자 1만1105명 중 5558명(50.04%)은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조작이 의심되는 4000여건을 제외할 경우 윤 회장의 연임 반대율은 81.4%로 증가한다.
이경 국민카드 노조위원장은 “윤 회장을 재무와 그룹 포트폴리오 실적으로만 평가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벌어지는 반노동적 반노사적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면서 “윤 회장이 금융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KB노협은 이같은 설문 조작이 사측의 조직적 개입을 통해 진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현재 소장을 작성 중이며, 소장이 완성되는 데로 사측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KB노협은 사측이 익명게시판을 통해 윤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댓글부대를 운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사내 익명게시판에 윤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글들이 20여개 정도 올라와 있다”며 “사측 인사로부터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좀 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공동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보자는 입장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찬반투표에 회사측의 개입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진실 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조사를 노조에 요구할 것”이라며 “공동조사 결과 노조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과 관련된 문제점이 발견 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대처하겠다” 고 밝혔다
또한 사측은 사내 익명 게시판에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주장에 대해 “핫이슈 토론방은 익명으로 자유롭게 직원간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토론공간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찬성 또는 반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면서 “댓글 부대 운영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편 KB금융은 지난 8일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열고 23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을 7명으로 압축했다. 확대위는 오는 14일 회의를 열고 이를 다시 3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