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연동형 약가보상체계 구축’이 이행되면, 제약사의 R&D 투자가 활발해져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국정기획위원회는 전날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정책 해설 보고서를 통해 미래 전략산업 분야 글로벌 기업 육성을 첫 과제로 꼽으며,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세계 7위 시장 규모로 성장시키는 비전을 제시했다. 주요 공약으로 필수·퇴장방지 의약품의 비축 확대 및 국산화·자급화 기술개발 지원, 전략적 R&D 투자 시스템 구축과 적정 보상 체계 정비 등을 내걸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이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신약 R&D 투자 비율 연동형 약가보상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동형 약가보상제는 R&D에 많이 투자하는 제약사의 의약품 가격을 현행보다 높게 측정하는 정책이다. R&D 투자 실적에 따라 약값 결정 과정에서 차등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센티브를 약가에 직접적으로 반영하기보단 세제 혜택을 주거나, R&D 비용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약이 이행된다면 R&D 비용에 많은 자금을 쏟아 부은 제약사들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각 회사가 공시한 사업 보고서를 살펴보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액의 12.2%에 해당하는 4346억원을 R&D 비용으로 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R&D 비용으로 3929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의 8.6%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통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한 제약사는 한미약품이었다. 한미약품은 전년 대비 18.7% 늘어난 553억원을 쏟았다. 유한양행은 전년 대비 15.1% 많은 517억원을 R&D 비용으로 썼다. GC녹십자는 3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4.2% 더 투자했다. 종근당은 전년 대비 19.4% 늘린 388억원을 R&D 비용으로 활용했다. 대웅제약의 경우 전년 대비 8.6% 감소한 518억원을 투자했다. 단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6.39%로 5대 제약사 중 가장 높았다.
제약사들의 공격적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R&D 투자 비용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글로벌 미디어 피어스바이오텍(FierceBiotech)에 따르면 미국 머크는 지난해에만 R&D 비용으로 179억달러(한화 약 25조5500억원)를 썼다. 한국 정부의 10년간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6배 이상 이뤄졌다. 이밖에도 미국 존슨앤드존슨이 172억달러(약 24조5700억원), 스위스 로슈는 130억4000달러(약 17조8906억원)를 한 해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이 힘을 받기 위해선 정부의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이오산업이 미래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면서 해외 주요국들은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실제 국내 제약업계는 자금난으로 인해 R&D에 차질을 빚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바이오협회가 국내 바이오 기업 136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 중 74%가 현재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으며, 76%는 자금이 부족해 R&D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답했다. 협회는 차기 정부가 업계를 살리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로 R&D 예산 확대를 10대 과제 안에 포함했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신약 개발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R&D 투자를 해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R&D 투자 비율 연동형 약가보상제가 도입되면 신약 개발 관련 연구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