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치매 진단, 허용될까…“제도적 보장” vs “오진 우려”

한의사 치매 진단, 허용될까…“제도적 보장” vs “오진 우려”

기사승인 2025-06-23 13:12:42
게티이미지뱅크

새 정부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의사도 치매 진단서·소견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치매와 파킨슨병은 초기 치료가 중요한데 오진이 생기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에서 한의약 관련 제도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한의사 주치의제 도입과 재택진료 서비스에 한의약·재활 특화 진료 과목 추가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간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늘어나는 보건의료서비스 수요에 맞춰 한의사 인력을 적극 활용해달라는 한의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의약 관련 제도가 손질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의사 치매 진단서 발급 가능 여부에 대한 논의도 화두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한의사의 치매 진단서 및 소견서 발급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달라”면서 “필요한 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합리적 방안”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매특별등급 판단 기준이 되는 의사 소견서 발급 자격은 한의사 직역에서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현행 치매관리법 2조는 ‘치매 환자란 치매로 인한 임상적 특징이 나타나는 사람으로 의사 또는 한의사로부터 치매로 진단받은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한의사의 치매 진단이 제한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한의협의 입장이다. 

한의협은 “치매 환자에 대한 진단을 내릴 권리와 의무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면서 “일차 공공의료 영역에서 양의계 일반의가 수행하는 수준의 진단과 진료는 한의사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며, 그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공감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의료 공약 수립에 관여한 김윤 의원은 지난 4월 간담회에서 “한의사도 치매 진단서를 발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오진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재만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의협회관에서 ‘한의사의 의과영역 침탈행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는 무책임한 요구”라며 “치매특별등급 의사 소견서 발급은 숙련된 의사에 의한 복합적 판단이 필요한 행위다. 치매 진단 및 치료에 대한 방법의 표준화나 임상적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한방적 접근은 여러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의료 현장 일선에서 치매 진단서를 발급하고 있는 이상범 서울신내의원 원장은 본지에 “치매 진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해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오진의 위험성이 있는 것”이라면서 “치매 진단의 인지기능검사는 현대의학 관점에서 설계된 것으로, 한의학 관점과는 다르다. 진단 시 환자의 재산 등에 대한 결정권이 제한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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