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천구의 한 초등학교는 재학생 중 다문화 학생 비율이 28.9%에 달한다. 그러나 다문화 특별학급이 없어 학생 생활지도 및 학습지도를 위한 교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학급 수가 줄면서 교사들의 업무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 송파구 소재 한 고등학교는 올해 학생이 전년 대비 32명 줄었고, 학급 수는 4개가 감소했다. 교사는 8명이 감축됐다. 이로 인해 학급당 학생수는 21.9명에서 24.5명으로 늘었다. 이 학교는 2년 연속 교원 정원이 대폭 줄면서 학생 희망 수요를 반영한 선택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교원 감축으로 인한 현장 피해 사례는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의 교사 정원 감축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기계적인 교원 감축이 학교 교육의 질 저하와 학생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19일 낸 입장문에서 “교육부의 2026학년도 초·중등 교사 정원 1차 가배정 통보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교원 정원 감축 계획을 재검토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정부는 학생 수 감소가 곧 교사 정원 감축이라는 논리로 교사 정원을 기계적으로 감축했다며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육 현장을 헌신적으로 지키는 교사 등 교육공동체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명백한 피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의 교사 총정원은 평균 1.1% 감축된 데 비해 서울 교사 정원은 평균 2.6% 줄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던 3년 동안 감소 폭은 더 두드러졌다.
2021학년도에 3만6940명(감축률 2.1%)이던 서울 교사 정원은 2022학년도 3만6246명(1.9%)에서 2023학년도 3만5133명(3.1%), 2024학년도 3만4139명(2.8%), 2025학년도 3만3204명(2.7%)으로 감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교사 정원 가배정안 역시 감축된 상태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내년도 초등교사 정원으로 올해보다 300명(1.7%) 줄어든 1만7653명을, 중등교사 정원으로는 올해와 같은 1만5269명을 배정해줄 것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그 근거로 △ 다문화 학생 비율 증가 △ 기초학력 지원 대상 학생 비율 증가 △ 과밀 학급·학교로 인한 교사 1인당 학생 수 증가 △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교사의 수업 부담 가중 등을 제시했다.
정 교육감은 “대한민국 학생들이 질 높은 공교육을 통해 차별 없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원 정책을 펼치고 이를 위해 교원 정원 확보를 위한 모든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사 정원 산정 기준은 단순히 학생 수가 아닌 미래 교육수요와 교육복지, 교육격차 해소, 지역의 특수성 등 질적 요인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내년도 신규 교사 선발 예정 인원을 1만232명으로 발표했다. 올해 최종 선발인원(1만1881명)보다 1649명(13.9%) 줄어든 규모다. 교육부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정원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인천지부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인천은 과밀학급 규모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지금 교육현장에 필요한 것은 교원 정원 감축이 아니라 증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사 수는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최소 조건”이라며 “이를 무시하는 수급 정책은 교육 회복은커녕 공교육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과밀학급 문제는 지역별 격차가 큰 만큼 일률적인 정원 감축이 아닌 지역 상황을 고려한 탄력적 배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