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보상까지?”…은행권, 각종 청구서에 ‘난색’

“보이스피싱 보상까지?”…은행권, 각종 청구서에 ‘난색’

기사승인 2025-09-07 06:00:05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은행권 앞에 놓인 ‘청구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부터 교육세 인상, 보이스피싱 피해 보상 등 은행권이 떠안을 부담이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정부 출범 이후 은행권을 압박하는 정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금융권은 올해 하반기 7년 이상 장기 연체된 채권을 일괄 매입·소각하는 ‘배드뱅크’ 설립에 약 4000억원을 출연한다. 카드·보험 업권은 총 500억원의 상생기금을 부담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자금공급도 확대한다. 금융위원회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76조4000억원, 2026년 80조5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38조8000억원)부터 내년 상반기(46조3000억원)까지 85조1000억원을 집중 투입해 소상공인 경영난 완화에 나선다.

5대 금융지주는 오는 2026년까지 관세위기 피해기업에 95조원을 지원한다. 연초부터 지난 8월 말까지 공급한 자금은 약 4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민간 중금리 대출(36조8000억원), 국민성장펀드 출자(10조원 안팎)도 겹쳐 있다.

정책 부담은 출연에 그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 피해 무과실 배상 책임제’ 도입 논의도 본격화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000억원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연간 피해액은 1조원 이상에 이를 전망이다. 

각종 ‘과징금 폭탄’ 역시 은행권에 압박을 가할 전망이다. 국고채 입찰 담합은 최대 11조4000억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는 7조4000억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은 2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교육세·가산금리 규제까지

은행권은 정부의 금융·보험회사에 부과되는 교육세율 인상안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교육세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교육세는 교육 시설 확충과 교원 처우 개선 목적으로 걷는 세금이다. 현재 금융권이 부담하는 교육세 규모는 연 2조원 수준인데, 내년부터 약 1조3000억원이 추가로 부과될 전망이다. 수익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큰 시중은행은 연간 1000억~2000억원대 추가 세금지출이 예상된다.

여기에 교육세 등 법정비용을 가산금리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여당이 추진하는 ‘은행법 개정안’에는 대출금리 산정 시 가산금리에 법정 출연금·보험료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이 통과되면 약 3조원 규모의 비용이 가산금리에서 빠져 은행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개정안 시행 시 은행 세전이익이 최대 10%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은행권은 잇따른 상생 압박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보이스피싱 피해 무과실 배상제에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직접 책임이 없는 영역까지 은행이 배상하는 것은 법리에도 맞지 않고, 이를 악용한 신종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며 모럴해저드 우려를 제기했다.

자본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CET1(보통주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져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빚 탕감, 대출 규제, 생산적 금융 확대 등 정책 요구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실적 관리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정책적 역할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수익성과 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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