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35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을 맡아 공급 속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전문가는 개발이익 환수에 의미가 있지만 즉각적인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7일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관계 부처와 협동해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서울‧수도권에 5년(2026년~2030년)간 총 135만호, 연간 27만호 규모의 신규 공급(착공)을 추진한다. 이번 공급 목표는 그동안 인허가 기준으로 공급 물량을 산정해 실제 준공까지 이어지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착공’ 기준으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국민 체감도와 실현 가능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공공택지 개발, LH가 직접 시행
정부는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동안 공공이 토지 수용을 통해 조성한 공공택지 상당 부분은 민간에 매각해 민간이 주택을 직접 공급했다. 앞으로는 민간 매각 예정인 공공주택 용지부터 매각을 중단하고 지구별 지구 계획 변경 등을 진행해 LH가 직접 시행에 나선다. LH 직접 시행 전환 물량은 민간이 설계, 시공을 전담하는 도급형 민간 참여 사업으로 추진해 설계, 구조, 브랜드 등을 차별화할 예정이다.
전문가는 이번 LH 개혁이 개발이익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LH가 토지를 직접 시행하는 방식은 민간의 경기 순응적 공급 사이클을 보완하고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LH의 재무여력, 공사비 상승, 보상·인허가 지연 같은 제약을 고려해 봤을 때 즉각적인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단순도급, 토지임대부 등 어떤 방식을 취하더라도 이게 턴키방식으로 100% 외주를 준다는 것인지, 지금처럼 LH 직원이 현장에서 일부 PM역할을 한다는 것인지에 따라 LH에 요구되는 역량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휴부지 통해 주택공급 확대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서울 주요 입지에 있는 준공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공공임대주택 등을 재건축해 중산층도 입주 가능한 양질의 공공임대 분양 혼합 단지로 공급한다. 노후 공공청사, 국유지 등도 재정비 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2만8000호 착공에 들어간다. 도심 내 학교, 미사용 학교용지, 폐교 부지 등을 활용해 공공주택, 교육시설, 생활SOC 등을 복합 개발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앞서 발표됐던 서초구 서리풀지구와 과천 과천지구는 2029년 착공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중장기적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3만호 규모의 신규택지를 검토한다. 주택공급 확대에 따른 교통 수요에 적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신도시 교통 개선방안 역시 추진할 예정이다.
전문가는 유휴부지를 통한 공급 방안 등이 주류 역할이 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유휴부지, 공공청사의 복합개발, 기존 시설의 용도전환 등은 주택공급의 주류보다는 플러스 알파 정도의 역할”이라며 “전에도 계속 나왔던 사안이기에 정부가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토허구역, 국토부 장관이 지정 가능
투기수요 유입에 따른 주택시장 과열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에 상관없이 국토부 장관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LTV 상한을 기존 50%에서 40%로 강화 △수도권‧규제지역 내에서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매매‧임대사업자 대출(주담대) 제한(LTV=0)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내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일원화 △주택담보대출 금액별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요율 차등 적용 등 대출수요 관리조치를 함께 해나갈 계획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토부 장관이 토허구역 지정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면 서울이나 인접 수도권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할 확률이 높다”며 “대출수요 관리조치의 경우 레버리지 사용을 더 제한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정책 방향도 규제 완화보단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대표는 “규제지역 LTV가 50%에서 40%로 강화되고 사업자 주담대는 LTV=0으로 묶이면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은 늘지만 레버리지 투기는 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단기적 시장 안정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중장기 공급 기반 강화에는 일정 성과를 기대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