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 향토 서정시인 정인식씨(63)가 지역사회 문화 단체 '시와의 산책' 詩낭송회 회장을 맡았다. 등단 2년째 새내기 시인인 그는 시를 통해 거시안, 근시안, 세미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8일 정씨를 만나 지역 사회에 시라는 창작의 옹달샘을 알리는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정 시인은 지난 23년 <계간문예>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단에 데뷔했다. 양산 시인들이 결성해 발행하는 <양산시문학> 창간호에 작품이 실리기도 했다.
정인식 시인은 중소기업인 대양철강을 30년째 운영하며 쇠를 절단하는 일을 업으로 한다. 쇠를 자르며 피워낸 불꽃이 시심으로 돌아왔다.
그가 세상에 내놓은 시어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세상을 관조하는 힘이 베테랑 시인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생활 속의 작은 발견들을 포착해 담백하고 순수하게 세상을 표현한다. 구슬땀을 흘리며 일한 뒤 펜을 들고 쓴 그의 시는 노동으로 점철된 삶에 대한 진지한 읊조림이다. 거친 쇠를 만지며 살아 온 그는 시를 통해 서정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현실을 벗어난 꿈 꾸는 이상의 세계에서는 실패란 없다고 했다. 현실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모든 것들을 이상의 세계에서는 이룰 수 있다. 시는 그런 것이라고 본다. 쫒기듯 바쁘게 살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찾는 일이 시다"고 말했다.
정 시인은 "아내가 문득 사다 준 시집 한권이 시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됐고 시 낭송 모임인 '시와의 산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가 내 삶의 일부가 됐다"며 "등단으로 시의 문턱에 겨우 발을 들여 놓은데 지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시와의 산책을 즐기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남 사천시에 노을이 아름다운 한 갯가 마을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에는 먹고 살기 바빠 노을의 아름다움을 관조하는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줄 아는 나이가 된 그는 나직하게 스스로를 성찰한다. 그 음성 속에는 아버지라는 단어, 사천시 미룡마을 선창가 냄새가 난다. 갯비린내/서성거리는/미룡마을/선창에//아버지의 꿈이//낡은 부표처럼 /떠/있다 <만선> 중 일부
"시의 파도를 헤치고 희미한 등댓불을 보고 항구로 찾아드는 험난한 길이지만 노를 저어 가겠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시의 즐거움을 알도록 더 힘차게 항해해 나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