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척추 임플란트 기업들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전통 제약사까지 가세했다. 고령화 등 구조적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 간 경쟁 구도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척추 질환 수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척추 임플란트 시장이 고성장 산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령 인구의 증가, 스포츠 손상과 사고에 따른 치료 수요 확대, 최소침습 수술 기술 발전이 시장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 앤 컨설팅(Spherical Insights & Consulting)에 따르면, 글로벌 척추 임플란트 시장 규모는 2022년 123억달러(한화 약 17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약 6.7% 성장해 2032년에는 237억달러(약 33조70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 성장 기대에 힘입어 척추 임플란트 전문기업들은 글로벌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엘앤케이바이오메드는 미국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메이저 기업과 파트너십을 진행하고 있다. 엘앤케이바이오메드는 2008년 설립된 정형외과용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경추와 흉요추, 오목가슴 임플란트를 제조하고 있다.
엘앤케이바이오메드는 2년 전부터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계획을 준비해왔다. 지난 1분기 생산 인력을 확충하고, 2분기에는 생산 설비를 증설해 생산능력을 약 40% 늘렸다. 또 3분기에는 글로벌 메이저사와 공동 마케팅 제품인 ‘BluEx-TM’(블루엑스)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완료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엔 미국의 대표적 공공의료기관인 VA병원(Veterans Affairs Hospital, 보훈병원)에 척추 임플란트 제품을 수출했다.
블루엑스 시리즈 6종은 요추용 높이확장형 케이지 제품이다. △블루엑스-T(등 후방 수술용 높이확장형 케이지) △블루엑스-TC(등 후방 내시경 수술용 높이확장형 케이지) △블루엑스-L, 블루엑스-LT(옆구리 수술용 높이확장형 케이지) △블루엑스-ATP(옆구리·사측방 높이확장형 케이지) △블루엑스-A(복부 전방 높이확장형 케이지) 등 각 수술 요법에 대응 가능한 라인업으로 개발됐다.

엘앤케이바이오메드의 글로벌 진출 성과는 실적 확대로 이어졌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 결산(연결기준) 결과 매출 113억원, 영업이익 17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해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 진출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은 전년 동기 대비 24%, 태국 30%, 베트남 134% 증가하며 주력 국가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 중 베트남 시장의 경우 추가 국공립병원의 제품 등록과 신규 거래처 확보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엘앤케이바이오메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유럽 및 동북아로 제품을 공급하며 글로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며 “뛰어난 기술력으로 자체 연구개발(R&D)을 수행하며 제품 우수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이 확장형 케이지 제품 중 ‘패스락-TM’의 경우 미국에서 4000례 수술에 적용된 제품으로 오작동이나 수술 후 합병증 사례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오목가슴 임플란트 ‘팩투스’는 현재 일본과 중국에서 판매 인허가 절처가 진행 중으로 이를 통해 당사의 매출과 수익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전통 제약사들도 척추 임플란트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시지메드텍은은 지난 3월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사업 확장에 나섰다. 모회사인 시지바이오는 대웅제약의 관계사다. 척추 임플란트 사업에서 2분기 연결 기준 국내 매출은 시지바이오와의 시너지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56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 매출도 17% 늘어나 64억원을 달성했다.
시지메드텍의 경추케이지는 미국 등 해외 의료진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신규 거래처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 존슨앤드존슨 메드테크와 ‘노보시스 트라우마’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해 재생의료 기반 골절 치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화약품이 2020년에 지분 59.95%를 확보해 인수한 척추 임플란트 전문제조 자회사 ‘메디쎄이’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메디쎄이는 정형외과·신경외과뿐 아니라 미국, 칠레 등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고령화 추세와 맞물리며 척추 임플란트 시장은 지속 확장할 전망이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약 39%는 만성 요통을 겪고 있으며, 이 연령대에선 디스크 퇴행이나 척추관 협착증과 같은 연령 관련 척추 질환의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척추질환자가 늘어나면서 임플란트 수술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