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디지털 대전환을 맞아 지식재산권 제도의 근본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지능형 디지털 전환 시대의 지식재산권 제도 변화의 동인과 영향’을 연구한 STEPI 인사이트 제349호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디지털화 가속화와 생성형 AI의 진화가 기존 지식재산권 제도와 심각한 부조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지적했다.
전통적 지식재산권이 ‘인간중심 권리구조’와 ‘속지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설계됐기 때문으로, 국경을 초월한 온라인 창작·연구활동, AI 주도 발명·저작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
특히 AI가 인간의 도구를 넘어 창작·발명의 공동 주체로 등장하면서 결과물에 대한 권리 귀속과 활용을 둘러싼 법적·도덕적 갈등이 심화되고, 데이터, 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 등 새로운 유형의 무형자산은 기존 제도의 경계 밖에 놓이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산업재산권, 저작권, 소프트웨어 보호제도 같은 권리부여형 지식재산이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충돌을 맞닥뜨리면서 보완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재산권은 AI가 발명 과정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인간과 AI의 기여도 판단 기준이 모호해졌고, 가상공간에서 발생하는 권리침해 사례에 기존 법제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저작권의 경우 생성형 AI의 창작물이 급증하면서 권리주체가 누구인지, 공동창작·2차저작권 관계를 어떻게 인정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미비하다.
또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 확산과 라이선스 다변화로 인해 기존 저작권·특허 체계만으로는 법적 충돌과 리스크를 관리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데이터와 영업비밀 등 행위제재형 지식재산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는 생성형 AI의 학습·활용 경쟁이 심화되며 국가 간 데이터 주권 갈등이 본격화, 데이터 개방과 보호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국제적 가이드라인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영업비밀은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기술 유출 위험이 커지면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자산으로 부각돼 공개를 전제로 하는 특허보다는 비공개 관리가 가능한 영업비밀이 더 효과적인 보호 수단으로 재조명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디지털 전환이 초래한 지식재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IPRs 규정’ 도입, ‘권리부여형 지식재산 환경 정비’, ‘행위제재형 지식재산 환경 정비’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AI의 창작·발명 기여도를 인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재산권 범주를 마련하고, 기존 제도 적용이 가능한 영역과 새로운 규제가 필요한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발명 과정에서 AI 기여도를 정량·정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AI 기반 발명의 보호 가이드라인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확장된 저작생태계에 맞춘 분야별 가이드라인과 자율규범을 제정하고, 시장 참여자 간 협의·합의를 촉진하는 거버넌스 구축을 언급했다.
이밖에 특허·저작권·영업비밀 복수 법제 간 충돌을 완화하고, 국가 간 이질적인 법·규제를 조율할 수 있는 국제협력체계 강화 필요성도 밝혔다 .
손수정 STEPI 손수정 시스템혁신실장은 "디지털 전환 시대의 지식재산권 제도는 단순 창작자 보호를 넘어 국가 기술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인프라”라며 “기존 법제 정비와 함께 국제협력, 민·관 참여 유연한 규범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