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만난 ‘모듈가구’의 현재와 미래 [현장+]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만난 ‘모듈가구’의 현재와 미래 [현장+]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서 오는 14일까지 전시…140개 브랜드 참여
ABMT‧레브릭스‧레어로우 등 국내 모듈가구 브랜드 성장 ‘눈길’
공간 효율 극대화하며 심플한 디자인…“친환경 소재‧합리적 가격대”

기사승인 2025-09-12 17:06:07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여한 국내 모듈가구 브랜드 ‘ABMT’ 부스. 이다빈 기자

“집 크기에 맞게 가구를 짜맞출 수 있어서 좋아요. 거실 분위기 따라 심플하게 커스텀하면 오래 둬도 질리지 않을 것 같네요.”(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찾은 30대 A씨)


알록달록한 패널과 심플한 철제 구조로 층층이 쌓인 선반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직접 문을 열어보고 주거 공간과 어우러질 높이를 조절하며 ‘나만의 가구’를 상상하는 관람객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현장은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변화를 제안하는 모듈가구 브랜드들로 활기를 띠었고, 조립과 해체가 자유로운 모듈가구가 이번 전시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리빙·라이프스타일 전시회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11일 서울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오는 14일까지 운영되는 올해 전시 주제는 ‘없던 집·어떤 집’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집의 모습이 무엇인지 묻고 새로운 방식의 주거 공간을 제안한다. 가구, 가전, 조명, 생활소품, 인테리어 등 리빙 전반을 아우르는 140여 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현장을 찾은 11일 특히 눈에 들어온 흐름은 국내 모듈가구 브랜드의 성장세였다. 모듈가구는 형태가 고정된 일반 가구와 달리 작은 단위의 모듈을 이어 붙이거나 빼면서 원하는 크기와 용도,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큐브, 패널, 블록 등 기본 단위를 활용해 책장, 옷장, 데스크, 소파, 식탁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직접 조합하는 방식인 만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과도 잘 어울린다. 

국내 모듈가구 브랜드 ‘ABMT’ 부스에서는 모듈가구의 원조격인 스위스 브랜드 ‘USM’을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색채가 돋보였다. 오렌지, 핑크, 그린, 라일락 등 다양한 패널로 커스텀된 서랍장, 화장대, 선반이 전시됐으며, 각 칸마다 드롭다운 도어·슬라이딩 도어 등 옵션을 달리해 주거 공간에 맞춘 구성이 가능했다. 유리 패널을 활용한 장식장은 심미성까지 더했다.

부스에서 서랍장을 주문하던 40대 B씨는 “전시된 서랍장에 한 칸 정도를 더해 주문하려 한다. 다릿발 높이 같은 부분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어 편하다”며 “모듈가구라 특유의 ‘텅텅거리는’ 느낌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실제로 만져보니 원목가구 같은 묵직함이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ABMT 관계자는 “친환경 목재를 도장 마감해 고급스러운 퀄리티를 갖춘 덕분에 젊은 층뿐 아니라 중장년층 고객도 많다”며 “사용 중 노출 부위에 오염이나 손상이 생겨도 보이지 않는 플레이트로 교체하거나 판 자체를 뒤집어 쓸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레브릭스’ 부스에 관람객들이 문의를 하고 있다. 이다빈 기자

모듈가구는 수납과 가구의 기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어 원룸·오피스텔 등 제한된 공간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가구와 신혼부부 등 청년층의 수요가 크다. 가족 구성 변화에 따라 필요한 모듈만 추가하거나 교체해 장기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수요를 겨냥해 디자인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대까지 맞춰 소비자를 공략하는 브랜드도 등장하고 있다.

런칭한 지 1년여 된 모듈가구 브랜드 ‘레브릭스(Rebrix)’가 대표적이다. 레브릭스 부스에는 수납장 사양을 직접 맞춰보며 주문 상담을 하는 젊은 부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TV 캐비넷 거실장’은 2열 또는 3열 구성으로 커스터마이징할 경우 30만~50만원대, 선반장은 1열 또는 2열로 구성 시 10만~2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특히 3D 컨피규레이터를 통해 플레이트, 옆판, 봉, 바구니 등 모듈을 가상공간에서 직접 조합해 원하는 형태의 가구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레브릭스 관계자는 “수입 브랜드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대에 좋은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특장점이라 관람객들이 부스를 돌다 가격을 확인하고 관심을 가지며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LPM과 파티클보드 등 자재를 활용해 품질과 디자인을 갖추면서도 가격을 낮췄고 특히 최근 TV장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모듈가구 브랜드 ‘엠비티아이 퍼니처(MBTI Furniture)’는 각기 다른 MBTI 성격 유형처럼 총 19가지 색상을 조합해 자신만의 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컨셉이 인상적이었다. 부스 한편에는 다양한 색상의 패널을 직접 끼워 넣어 미니 수납장을 완성하는 체험존이 마련돼 방문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브랜드 관계자는 “좋아하는 색을 조합해 나만의 가구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체에 무해한 원목 자작합판 소재를 사용해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레어로우’ 부스에 전시된 ‘레어로우 랙’. 이다빈 기자

모듈가구는 더 이상 소비자 가정용 인테리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에는 B2B와 산업용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연구실이나 쇼룸처럼 레이아웃이 자주 바뀌는 공간에서 모듈가구는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교체·변경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특히 맞춤형 작업대나 수납장이 필요한 물류 운영 현장에서 모듈식 기구는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작업자 안전 규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덕분에 혁신적이고 젊은 기업 이미지를 보여주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레어로우(rareraw)’ 부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어로우의 대표 제품인 철제 선반 ‘레어로우 랙’은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철제 선반은 최대 30㎏, PC 선반은 20㎏까지 무게를 지탱하며, 4㎝ 단위로 세밀한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10가지 높이의 다리와 15가지 넓이의 선반 사이즈가 제공돼 사용 목적에 맞는 조합이 가능하다. 레어로우는 카카오 AI 캠퍼스,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 올리브영 등 국내 주요 기업에 제품을 공급했으며, 해외에서는 프랑스의 ‘사브레 파리스(Sabre Paris)’ 등과 협업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레어로우 관계자는 “B2C 판매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B2B 사업 비중이 더 크다”며 “B2B 사업에서는 주문자가 원하는 사양을 맞추는 것이 핵심인데, 경기 양주에 자체 공장을 두고 있어 기업 요구에 맞춰 정밀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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