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CP-012’, 신약 개발 재도약 신호탄…“오픈이노베이션 극대화”

부광약품 ‘CP-012’, 신약 개발 재도약 신호탄…“오픈이노베이션 극대화”

김지헌 부광약품 연구개발본부장
‘CP-012’ 임상 1b상 톱라인 긍정적
“비용 효율적·선별적으로 R&D 비용 집행”
“검증된 플랫폼과 오픈이노베이션 결합”

기사승인 2025-09-19 06:00:25
김지헌 부광약품 연구개발본부장이 18일 서울 동작구 부광약품 본사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부광약품이 자회사인 콘테라파마와 함께 개발 중인 파킨슨병 환자의 아침무동증 치료제 임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중추신경계(CNS) 분야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한동안 주춤했던 신약 파이프라인이 긍정적인 톱라인(주요 내용) 결과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과의 오픈이노베이션 가능성도 열렸다. 부광약품은 CNS 분야에 콘테라파마의 리보핵산(RNA) 치료제 플랫폼을 연계해 혁신적인 후보물질·기술을 계속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18일 서울 동작구 부광약품 본사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김지헌 부광약품 연구개발본부장은 “현재 부광약품의 연구개발(R&D) 전략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플랫폼 기술 확보와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극대화”라며 “CNS 분야 신약이나 혁신형 개량신약으로 글로벌에서 존재감 있는 제약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콘테라파마는 지난 17일 파킨슨병 환자의 아침무동증 치료제 후보물질 ‘CP-012’를 평가하는 임상 1b상 약학신티그래픽 연구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CP-012는 파킨슨병에서 야간부동성과 아침무동증이라는 운동장애 합병증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임상시험용 약물이다. 약학신티그래픽 연구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약물이 몸속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동·방출되는지를 영상으로 추적하는 기법을 말한다.

아침무동증은 파킨슨병 환자의 50~75%가 경험하는 대표적 합병증으로, 기상 직후 몸이 굳고 움직임이 제한돼 생활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이는 환자의 전반적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당 증상을 직접 겨냥한 치료제는 개발된 적이 없어 미충족 수요가 컸다. 이를 타깃으로 한 게 CP-012이다. 기존 파킨슨병 치료제는 약효 반감기 한계로 야간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CP-012는 증상이 가장 심한 이른 아침 시간대에 약효가 나타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5월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인 ‘JM-010’의 임상 실패를 겪은 부광약품의 R&D 모멘텀을 회복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본부장은 “작년 JM-010 임상 2b상 개발 중단 결정이 가장 어려웠다. 당사의 매출 규모 대비 대규모 비용이 투입된 프로젝트였는데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와 겹쳐 굉장히 뼈아픈 기억”이라며 “해외 환자군에선 성공하지 못했지만, 국내 환자 하위군에선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적인 연구에 투자할지 고민이 있었으나 직접 개발보다는 외부 파트너를 찾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부광약품은 JM-010 개발 실패 경험을 토대로 CP-012의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중에 약물 지연 방출 기술이 적용된 레보도파 제제나 도파민 작용제가 있지만, CP-012처럼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작용해 아침 기상 시부터 운동 기능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이런 혁신성도 라이선스 아웃에 있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본부장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1a상 이중 박동성 약물 방출 프로파일과 내약성이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1b상에서도 재현됨을 확인하며 임상은 성공적이라 평가하며 후속 임상 진행에 대한 근거를 확보했다”면서 “CP-012은 파킨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겪는 아침무동증이라는 명확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최초의 제품이기 때문에 글로벌 임상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링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약품 본사 전경. 부광약품 제공

부광약품은 단기, 중기, 장기로 나뉜 신약 파이프라인 전략을 세우고 R&D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R&D 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 인력과 설비를 확충해 올해 상반기에만 4종의 신규 개량신약과 제네릭(복제약) 연구과제에 착수했다. 또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다른 제약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퍼스트 제네릭·개량신약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R&D 비용과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은 늘 고민이다. 부광약품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확장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거쳐 성공적으로 허가받기 위해 평균적으로 약 3조5000억원의 비용과 10년 이상의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하다”며 “국내 제약사가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리스크를 분담하고, 성공 시 이익을 공유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응책이 없다”고 짚었다.

이어 “신약 개발 과제의 중단이나 파트러닝으로의 전환 결정 같은 운용 능력이 중요해졌다”면서 “특히 작년 JM-010, SOL-804의 개발 중단 경험 이후엔 더욱 비용 효율적이고 선별적인 관점에서 R&D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와 RNA 기반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RNA 치료제 동향을 살펴보면 빅파마가 RNA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라며 “콘테라파마는 RNA 타겟 발굴 기술, 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 디자인 기술, RNA 조절 저분자 발굴 기술 등의 개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다수의 공동연구나 계약 성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이프라인의 성공을 플랫폼 검증으로 연결하고, 검증된 플랫폼을 오픈이노베이션과 결합해 더 큰 성공으로 키우는 구조를 만들면 외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라며 “부광약품은 이미 충분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DNA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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