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잡는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지지부진…“의료계와 협의”

사무장병원 잡는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지지부진…“의료계와 협의”

불법개설기관에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 낭비
“재정 지출 효율화 차원서 특사경 도입 중요”

기사승인 2025-09-23 11:00:09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된 출입기자단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른바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 운영 문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특사경 제도가 필요하다며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출입기자단 정책간담회를 갖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고 재정 지출을 효율화하는 차원에서 특사경 도입은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복지부 차원에서 계속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사무장병원 또는 면허대여약국으로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이나 약사를 고용해 개설·운영 중인 기관을 말한다. 이런 불법행위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고, 의료 질서까지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무장병원 사례로는 지난 2018년 1월 47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치는 등 사상자 192명을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있다.

사무장병원은 이익 극대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편법을 동원한다. 환자 치료는 뒷전이고 항생제, 수면제 등 불필요한 의약품을 과다 처방받도록 유도하는 등 의약품 오남용 문제도 심각하다. 설령 적발했다고 해도 관련 수사가 장기화되는 동안 사무장병원 운영자는 개원과 폐업을 반복하며 재산 등을 은닉함으로써 범죄수익 환수율은 극히 저조하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해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15년간 적발된 불법개설기관은 1717개소다. 이들 기관으로부터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무려 3조3762억원에 달한다.

건보공단은 변호사, 보건의료 전문가, 전직 수사관 등 여러 조사 인력을 두고 있지만 강제수사권이 없어 늘 한계에 부딪힌다. 건보공단은 특사경이 도입되면 수사 기간이 약 3개월로 줄어들고, 2000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정부는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로의 전환’을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사무장병원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는 특사경이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회의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두기 위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지난 20대, 21대 국회에 연이어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 22대 국회에도 관련 입법이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있으나 다른 현안들에 밀려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속 가능한 건보 재정 확보 차원에서라도 공단 특사경 도입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사무장병원 특사경 문제는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건보 재정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것인지 큰 틀에서 봐야 한다”며 “의료계의 우려를 모르지 않다. 특사경 본연의 취지에 맞게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료계와 협의해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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