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적체 해소카드 ‘집중심리재판부’, 제도적 안정성 시험대

재판 적체 해소카드 ‘집중심리재판부’, 제도적 안정성 시험대

정치적 압박 속 자구책 내놔…방어권 침해 우려도
전문가 “재판 공정성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운영돼야”

기사승인 2025-09-24 06:00:09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서울고등법원이 ‘집중심리재판부’ 운영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내란 사건을 둘러싼 재판 지연 논란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주 서울중앙지법이 내란 전담 재판부에 추가 법관을 배치하고 일반 사건 배당을 줄이는 자구책을 발표한 데 이어, 항소심 단계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가동된 것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내란 등 특검 사건을 전담하는 집중심리재판부를 운영하기로 했다. 일반 사건 배당을 중단하고, 이미 진행 중인 일부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하는 방식이다. 고법 차원에서 집중심리재판부 설치를 공식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조치는 여권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재판 지연’ 우려와 무관치 않다. 여당은 내란 사건이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임에도 법원이 시간 끌기식 심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에 법원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셈이라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집중심리는 가급적 매일 연속 심리를 진행하는 제도로, 재판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법관과 재판부 자원을 한정된 사건에 집중 투입해 심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문제가 제기된다. 대형 사건일수록 증거 검토와 증인 신문 과정이 방대해질 수밖에 없어, 재판부가 속도를 우선시할 경우 피고인 측의 충분한 방어 활동이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특정 사건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사건을 이관하면, 이를 넘겨받는 재판부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또 다른 적체를 유발할 수 있다. 결국 한 재판부의 속도를 높이려다 전체 법원의 효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사법부가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이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신속한 재판도 필요하지만 법원이 궁극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는 공정성”이라며 “재판부 운영 과정에서 피고인의 권리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 법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무 부담 증가는 내부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재판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집중심리재판부가 운영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형사 전문 한 변호사도 “집중심리 자체가 신속 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점은 있지만, 피고인 입장에서는 충분한 준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방어권이 제약될 수 있다”며 “결국 재판부가 속도보다 공정성을 우선하는 원칙을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