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신규 댐 14곳 중 7곳의 건설 계획이 공식 중단된다. 소규모 댐을 설치해도 홍수·가뭄 대응 효과가 낮고, 지역사회 반대와 재정 부담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강릉을 비롯한 전국적 ‘돌발·상시 가뭄’이 진행 중인 만큼 기존 시설 활용과 보조 수원 확충이라는 대안이 충분한지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전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신규 댐 14곳 가운데 필요성이 낮고 지역 주민 반대가 심한 7개 댐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나머지 7개 댐도 기본구상과 공론화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건설이 중단된 7개 댐은 양구 수입천댐, 단양 단양천댐, 순천 옥천댐, 화순 동복천댐, 삼척 산기천댐, 청도 운문천댐, 예천 용두천댐이다. 모두 소규모 댐으로, 홍수·가뭄 대응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지역 반대도 심각하다는 것이 환경부의 판단이다.
청양·부여 지천댐, 김천 감천댐, 연천 아미천댐, 의령 가례천댐, 거제 고현천댐, 울산 회야강댐, 강진 병영천댐 등 나머지 7곳은 기본구상과 공론화를 통해 존치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는 당초 4조7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안 검토 과정에서 추가 절감도 가능하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는 여러 개의 소규모 댐을 짓는 것보다 대형댐과 양수발전댐, 농업용 저수지 등 기존 인프라의 기능을 보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댐 14곳의 총 저수 용량은 3억2000만㎥로, 소양강댐(저수용량 29억㎥)의 11%에 불과해 근본적 대응책이 되지 못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대안검토, 공론화를 시행하는 댐 후보지도 적정성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지역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추진하겠다”며 “신규 댐 건설보다는 기존 댐과 관련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기후 위기에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지역에서는 여전히 가뭄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릉은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20% 초반까지 떨어지며 생활·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8월에는 재난사태까지 선포됐다. 지난해 9월에는 대구·경북 지역 운문댐과 영천댐, 10월에는 충남 보령댐이 차례로 가뭄 단계에 진입했다.
또한 2022년 광주·전남 지역은 기상가뭄 발생일수가 281.3일로 관측 이래 최장 기록을 세웠다. 충남 서부권은 2012년 이후 주기적으로 물 부족 위기를 겪어왔다. 2015년, 2018년, 2022년에도 제한급수나 급수차 공급이 시행된 바 있다.
댐 건설 중단이 재정 효율성과 지역 갈등 해소라는 점에서 명분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기후위기형 가뭄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댐의 필요성과 상수원 네트워크 구축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허우명 강원대 교수는 “댐은 역기능이 있더라도 물이 부족한 시기에는 대체 불가능한 순기능을 발휘한다. 특히 수량 확보는 기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어서 신규 댐을 전면 폐기하기보다 보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영동 지역은 지형상 대형댐 건설이 어렵기 때문에 소양강댐 등 내륙 대형댐의 물을 영동으로 끌어올 수 있는 광역 수자원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서 “철도·고속도로 터널 공사와 연계해 관로를 설치하면 속초, 양양, 강릉, 동해, 삼척 등 영동권을 하나의 광역 상수망 체계로 묶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