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완성차 5사 임단협 마무리…내년 노란봉투법이 관건

다사다난했던 완성차 5사 임단협 마무리…내년 노란봉투법이 관건

9월 30일 기아 임단협 마무리로, 5사 모두 종료
임금 인상·성과급 지급은 공통, 파업 여부는 엇갈려 
노란봉투법 시행 앞둔 내년 교섭이 시험대 

기사승인 2025-10-01 16:46:16
KGM 임금 교섭 조인식. KGM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르노코리아·한국GM·KG모빌리티)가 모두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일부 파업과 진통은 있었지만 장기화 없이 봉합됐다. 올해 교섭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 불확실성에 더해,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영향이 의식된 가운데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분규로 임단협 끝낸 르노코리아·KGM·기아  

가장 먼저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곳은 르노코리아였다. 지난 4월 상견례를 시작해 총 13차례 교섭 끝에 7월22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7월25일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률 55.8%로 임단협이 마무리됐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3500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원 △생산성 격려금(PI) 150% 지급 등이 담겼다. 부산 지역 제조업 매출 1위 기업으로서 노사가 조기에 합의를 이룬 것은 불확실성이 큰 경영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KG모빌리티는 업계 최장 기록을 이어갔다. 2010년 이후 올해까지 무려 16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달성했다. 지난 7월31일 조합원 투표에서 64.5%의 찬성률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 이번 합의에는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생산 장려금(PI)을 포함한 350만원 지급이 포함됐다. 

KGM 노사는 특히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안정적 노경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신차·신사업 추진 전략과 기술력 강화 계획을 합의문에 담았다. KGM은 이번 임단협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의 중장기 발전 전략 실현에 매진할 계획이다. 

임단협이 가장 늦게 마무리된 곳은 기아였다. 9월25일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뒤 30일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률 73.1%로 확정됐다. 마지막까지 교섭이 이어지면서 무분규 기록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5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이어갔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급 350%+700만원, 각종 격려금 지급이 포함됐고, 특히 ‘노사 공동 특별선언’을 통해 2026년까지 생산직 엔지니어 500명을 신규 채용하고 국내 오토랜드(공장)를 미래 차 핵심 거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노사 모두 미래 차 전환기 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다.

지난 9월 3일 현대차 노조가 울산공장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 끝에 합의점 찾은 현대차·한국GM

현대자동차는 노조가 3차례 부분 파업을 벌여 7년 연속 무쟁의 타결은 무산됐다. 6월18일 상견례 이후 83일간 20차 교섭을 이어간 끝에 9월 9일 잠정합의안이 도출됐고, 15일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률 52.9%로 간신히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4만2479명 중 85.2%가 투표에 참여해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이번 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급 450%+1580만원 △주식 3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 포함됐다. 또한 국내 공장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파워트레인 부품 생산 등 미래 대비 조항도 담겼다. 

한국GM 역시 부분파업을 거쳐 지난 23일 어렵게 합의에 이르렀다. 노사는 직영 정비센터 운영과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 문제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충돌했고, 파업이 병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9월 23일 진행된 조합원 투표에서 66.5%의 찬성으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서 봉합됐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일시금 500만원 △성과급 700만원 지급 △격려금 550만원 지급 등 총 1750만원이 책정됐다. 갈등은 있었지만, 노사가 고용안정특별위원회를 통해 쟁점 사안을 논의하기로 하며 교섭을 마무리한 점은 향후 협력 가능성을 남겼다.

노란봉투법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시행 앞둔 노사관계, 내년이 분수령 

올해 임단협에서는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아직 시행 전이지만, 파업 손배 청구 제한과 사용자 범위 확대라는 제도 변화가 예고되면서 노사 모두 강경 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임단협을 두고 “노사관계의 전환점”이라고 진단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올해 완성차 5사 임단협 타결에 대해 “빨리 타결한 기업들은 협상을 정말 잘한 것이고, 기아처럼 마지막까지 간 기업들은 협상이 길어져 아쉬웠다”며 “매년 반년 가까이 임단협을 이어가는 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법 시행과 강성 노조 기조가 합쳐진다면 기업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정부는 노조뿐만 아니라 기업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론적으로 완성차 5사 임단협이 잘 마무리됐지만, 과정에 있어서 노란봉투법 통과 자체가 파업이나 분규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년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첫 교섭이어서 노조가 분규를 일으킬 부담은 줄고 파업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며 “다만 사측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임단협이나 사업장 협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 중대한 쟁점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노사 협의가 오히려 원만하게 진행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