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선한 의도와 달리 플랫폼 참여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제도적 보완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비용 부담 전가로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이탈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날 한국상품학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는 플랫폼 수수료 체계와 관련해 다양한 시각이 제시됐다.
한국상품학회의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돼 음식점 이익이 늘어나더라도 소비자 혜택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한 응답자는 26%에 그쳤다. 응답자의 75%는 무료배달 폐지나 배달비 인상 등으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다면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86%는 수수료 상한제가 시행되면 배달 주문을 줄이겠다고 응답했으며, 추가 비용 지불 의사는 평균 1400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상한제 도입 시 주문을 줄일 대상을 묻는 질문에는 42%가 개인 점포라고 답해 프랜차이즈보다 개인 매장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주문을 줄일 경우 대체 행동에 대해서는 33.3%가 직접 조리, 18.8%가 간편식 이용이라고 답했다. 전화 주문(23.7%)이나 매장 방문(20.3%) 등 외식업을 그대로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44%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8일부터 12일까지 최근 1개월 내 배달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27명(1인 가구 186명, 2인 가구 183명, 3인 가구 320명, 5인 가구 3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성희 호서대 교수는 “음식점의 이익 감소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요도가 낮고 직접적인 영향도 크지 않지만, 자신의 생활에 직결되는 부분에는 민감하게 반응해 다양한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어느 정도 균형점을 찾아 플랫폼 사업자·소상공인·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해야 하는 과정”이라며 “산업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생태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이번 조사 결과처럼 플랫폼을 외면하고 대체제를 찾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희 교수는 의약품, 주택(임대료), 에너지 등 이미 가격상한제가 적용된 산업 사례를 언급하며, 상한제가 한시적·부분적 제도에 그치지 않고 상시적·전면적으로 시행될 경우 부작용이 확대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의 경우 필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였지만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위축됐고, 임대료 규제는 세입자 보호 효과에도 불구하고 주택 공급을 줄이는 부작용이 있었다. 에너지 가격 상한제 역시 가계 보호를 위해 시행됐지만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문제가 뒤따랐다.
이 교수는 “이처럼 특정 분야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할 때는 반드시 보완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며 “의약품은 공급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건설사는 행정적 지원을 통해 공급 참여 여지를 주며, 에너지 분야는 절약을 유도하는 사회적 고민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여러 부작용이 전가되는 과정에서 소비자 이익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장 전체에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을 옥죄는 ‘채찍’ 역할의 가격 규제만이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당근’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수익성이 제한되면 시장 논리상 이를 만회하기 위한 다른 행동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유석 동국대 교수는 “플랫폼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표를 동일시하는 ‘골 얼라인먼트(Goal Alignment)’가 필요하다”며 “소상공인들도 품질 좋은 음식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제공하는 본질 목표 달성에 기여한다면 그때 수수료를 인하해주는 식으로 생태계 참여자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때 가격 구조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한다. 정부가 지향하는 바가 소상공인 보호라면, 플랫폼에게도 소상공인 보호의 뜻을 함께 했을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완 건국대 교수는 “현재는 음식 가격과 배달료가 따로 제시돼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번의 가격으로 인식돼 불만이 크다”며 “음식값 안에 배달료를 포함해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방식으로 가격을 표시하면 초기에는 가격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정착되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중 가격제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